조약체결지, 자유공원 근처로 밝혀졌으나 조치 미비
동구, “아직 수정 계획 없으나 검토하겠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가 새롭게 밝혀졌으나, 기존의 안내 자료 등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방문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존 화도진공원으로 알려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가 자유공원 입구 근처(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 중구 송학동1가 12)로 새롭게 밝혀져 표지석까지 세워졌으나, 인천 동구가 이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미통상수호조약 위치가 새로 밝혀졌지만, 화도진 공원 내 동헌에는 인형으로 조인식을 재현한 전시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안내문 내용도 그대로다. 

서양과 맺은 최초의 근대조약인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의 체결지는 지난 130여 년 간 구체적인 사료 없이 동구 화도진공원과 인천 최초 관광호텔인 중구 항동 올림포스 호텔이 거론됐다.

그러나 2013년 조약 체결 장소인 ‘인천해관장(인천세관장) 사택 터’의 정확한 위치가 표기된 문건이 발견돼, 인천시는 역사자료관 학술대회를 열어 조약 체결장소를 자유공원 입구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시는 2006년 인천향우회와 함께 설치한 올림포스 내 표지석을 철거했다. 동구는 화도진 공원 내 표지석에 새롭게 밝혀진 조약 체결 장소와 그곳에 표지석을 새로 설치했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그동안 잘못된 역사를 알렸지만, 그것도 하나의 역사라는 의견을 반영했다.

하지만 화도진 공원 내 안내문과 자료들은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알린 채 그대로 남아있다.

화도진공원 내 전시관에는 신헌과 슈펠트의 흉상이 전시된 상태로 화도진 공원이 조약 체결 장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도진 공원 입구와 곳곳에 설치된 안내도에는 ‘이곳 화도진에서 고종의 전권대신 신헌과 미국의 전권대사 슈펠트 제독 사이에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고 명기돼있다. 이와 함께, 전시관에는 신헌과 슈펠트의 흉상이 전시된 상태로 화도진공원이 조약체결 장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화도진 공원 내 동헌에는 인형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재현한 전시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안내문 내용도 그대로다. 조약 체결지 위치가 새로 밝혀지자 동구가 화도진 축제에서 매해 진행해온 조미수호통상조약 재현식을 올해 취소한 것과 배치된다.

또한, 야외전시장과 체력단련장 사이에 ‘화도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화포와 함께 설치된 ‘한평정원’에는 ‘인천이 서양국가와 최초로 근대적 조약을 맺은 역사적 장소임을 형상화했다’는 안내문이 있다.

화도진 공원에 설치된 '한평정원'

한평정원은 지난 6월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아·태지역 산림주간 당시 각 군·구가 행사장 근처에 설치한 조형물로서, 행사가 끝난 뒤 각 군·구로 돌아가 다시 설치됐다. 이 때는 조약 체결지가 새롭게 밝혀진 뒤라 동구는 안내문에 조약체결지를 화도진 공원이 아닌 인천으로 밝혔지만, 공원 내 남은 잘못된 안내들과 맞물려 방문객들이 오해할 소지가 커 보인다.

동구 배다리마을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동구 구민의 날도 수호조약 체결일(5월 22일)이다. 이제 조약 체결지가 바뀌었으니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구민의 날을 화도진 축성일에 맞추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구청에 화도진 공원 내 안내를 변경할 계획이 없는지 묻자 관계자는 “아직은 계획이 없다. 인형은 볼거리 차원에서 놔둔 것이다”라며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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