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앞서 뇌 손상 위험이 있는 경련과 뇌 손상 위험이 없는 경련을 구별했다. 호흡 곤란을 동반한 경련을 20분 이상 반복한다면 뇌 손상 위험성이 있는 뇌전증으로 분류해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련은 뇌 손상 위험이 없는 것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이제 ‘뇌 손상 위험이 없는 뇌전증인데도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주제에 답할 차례이다. 이 주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부터 확인해봐야 한다.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현재로서는 양약인 항경련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대마오일이나 한약제 등 대체 의학적 방법을 이용한 경련 억제치료가 발전하고 있지만 경련을 즉각적으로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기계적으로 경련을 억제해 발생 자체를 예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항경련제를 이용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항경련제는 경련 억제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지만 상당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대부분 간에 부담을 주기에 장기간 복용할 때는 간 부담 상태를 엄격하게 확인해 봐야한다. 용량을 조절하거나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는 있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이다. 항경련제는 뇌 반응 체계를 둔화시켜 경련에 대한 역치를 높여내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경련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뇌 활동 전반을 둔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나 인지활동 저하가 뚜렷해 학습능력이나 기억력 감퇴, 건망증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부작용은 성인에게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소아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소아들은 학습이 중요한 연령이고 뇌가 성장ㆍ발달하는 시기에 있다. 인지 저하나 뇌기능 저하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한 두 달도 아닌 3년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아무리 합리화해도 아이의 뇌 성장ㆍ발달 기회를 근본적으로 축소하는 선택이 된다.

게다가 항경련제는 다양한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케프라 같은 경우에는 복용하기만 하면 아이들의 짜증이 증가해 일상생활에서 갈등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부모와 주변 가족을 힘들게 한다. 그뿐 아니라 자살 충동까지도 증가시킨다는 연구보고는 이미 무수히 많다. 이밖에도 더 다양한 부작용이 있지만, 일단 이 정도만 이야기하고 원래 주제로 돌아가보자.

항경련제가 부작용 없이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 수 있다면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떤 경련이든 항경련제를 사용해 억제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항경련제를 투약하는 순간부터 부작용에 노출돼 인지 저하나 우울장애까지 동반된다면, 성장기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 경련을 강제로 억제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실을 분명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손익계산의 주체는 의사가 될 수 없다. 손익계산의 주체는 환자 자신이어야 한다. 의사에게는 가볍게 보이는 인지 저하가 어떤 환자에게는 인생과 운명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복용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진료 태도가 아니다. 항경련제로 발생할 이익과 손해를 상세히 고지하고 난 이후에 환자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진료 태도다.

결론은 간단하다. 내가 환자에게 권유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뇌 손상 위험이 있는 경련이라면 부작용을 감수하고 항경련제를 먹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뇌 손상 위험이 없다면 개인에 따라 항경련제 복용 손익계산을 따져 선택해야한다. 경련해도 뇌 손상 위험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또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라면 무조건적으로 항경련제 복용을 권하는 진료 환경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한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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