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권기본계획 연구용역 중단’ 촉구
“연구용역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해”…‘인권위원회 진정’ 예고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인천시가 ‘인권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진행 중인 연구용역을 두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권감수성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인천장차연은 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현재 진행 중인 인권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갖춘 업체로 교체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인권감수성이 없는 인권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인천광역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인권조례는 5년에 한 번씩 시장이 ‘인권실태분석?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는 인권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A업체에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해당 업체는 지난해 7월부터 시민과 인권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종인 인천장차연 사무국장은 “인권기본계획은 장애인?여성?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증진 방안과 시민의 인권을 위한 시의 정책을 담은 계획이다”라며 “이런 계획이 인권감수성이 없는 A업체에 의해 마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학 대표는 “지난 8월 A업체로부터 ‘인권기본계획 연구를 위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며 “A업체 관계자가 설문 목적과 조사 대상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컴퓨터로 설문을 진행해야 하니 5명의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가 ‘설문지 기록을 위해 응답자가 반드시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응답자의 장애상태를 설명하며 이메일 설문이 어렵다고 대답하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으면 설문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다양한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설문 대상자 선정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A업체 관계자에게 ‘설문조사를 거부하고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전하니 오히려 ‘협박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차별행위’에는 장애를 이유로 배제하는 직접적 차별과 함께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권리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장종인 사무국장은 “A업체의 행위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며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장애인의 의견만 인권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랑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임수철 인천장차연 상임대표는 “인천시는 A업체와 즉시 계약을 파기하고 인권감수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연구용역업체로 재선정해 인권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라”며 “연구용역 진행의 책임자인 박남춘 인천시장과 A업체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업체 관계자는 “전문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설문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며 “장 사무국장에게 박 대표의 연락처를 받아 ‘컴퓨터 설문조사 말고도 구두로 진행하는 대면조사도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화를 끊은 후 박 대표에게 사과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연결이 되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충분히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지난 4일 또 다른 설문조사를 위해 인천장차연 사무실을 방문한 김에 다시 한 번 사과하려 했으나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A업체는 수년 간 100여 차례가 넘는 인권경영 컨설팅을 진행해왔으며, 8월 31일 열린 제2회 퀴어축제에도 참여하는 등 인권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설문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에 충분히 사과했으며, 인권위원회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인권기본계획 진행을 담당하는 인천시 노동인권과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는 중이다”라며 “A업체가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통계법 등 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기에 업체를 바꾸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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