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훈 칼리가리 브루잉 대표
작년 중구에 양조장 만들고 폭발적 성장
‘신포동’ 등 지명 딴 맥주, 친숙함 돋보여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그 청량감을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맥주는 맛보다는 청량감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무더운 여름에는 더욱 그렇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맥주는 ‘라거’ 계열의 밍밍한 맥주가 대세를 이뤘다. 양산해야하다 보니 효모를 죽인 맥주가 본연의 맥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수입맥주나 해외여행에서 현지 맥주를 마시는 게 보편화되다보니 국산 맥주는 그저 ‘쏘맥’ 제조용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특히,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 그동안 진짜 ‘생맥주’를 먹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펍(Pub)을 찾기 시작했고, ‘부어라 마셔라’ 문화에서 이제는 ‘맛과 풍미’를 쫓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더욱이 ‘홈 브루잉(brewing; 양조)’ 기기도 출시되는 등, 집에서도 맥주를 제조해 먹는 시대가 됐다.

박지훈 칼리가리 브루잉 대표.

풍미를 달리할 수 있는 게 맥주의 매력

인천에서 수제맥주 열풍을 이끌고 있는 곳이 있다. ‘칼리가리 브루잉’은 인천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양조장을 만들고 수제맥주 펍을 운영한다.

박지훈 칼리가리 브루잉 대표는 2016년 송도에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중구 해운동3가에 양조장을 만들었다.

“지난해 1월에 해운동3가 낡은 창고 건물에 양조장을 만들었다. 원래 송도에 펍을 열었는데, 술 만드는 모임에도 나가다보니 양조장까지 만들게 됐다. 1년간 맛을 잡느라 고생했는데 지금은 안정화단계에 있다.”

박 대표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15곳과 탭룸(TAP ROOM) 3곳을 운영하는데, 직영은 6곳이다. 맥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양조장을 만든 뒤 매장이 늘고 손님들 평이 좋아졌다.

“맥주는 와인 등 다른 주류와 다르게 다양한 첨가물을 넣고 서로 다른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매력적이고, 열린 맛을 가지고 있어서 그 집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박 대표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상호를 독일 흑백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기괴한 공포영화인데, 영화 느낌을 살리려했다.

“밀실에서 비밀스럽게 맛있는 맥주를 먹고 있는 모습, 괜찮지 않나?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도 그렇게 꾸몄다.”

인천시청 앞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맥주에 인천 지명 붙여 친숙함 더해

‘칼리가리 브루잉’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면 배합기와 발효기 등 규모가 큰 설비가 수십 대가 들어서있다. 흔히 먹는 라거 계열 맥주는 만들지 않고 쾰쉬(Kölsch)와 페일 에일(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등 다품종을 소량 생산한다.

‘칼리가리 브루잉’에서 만드는 맥주 이름은 인천 사람에게 친숙하다. 박 대표는 인천 중구와 미추홀구 등 원도심에서 자랐다. 맥주 이름에 인천 지명을 넣었다. 매장에는 ‘신포우리맥주’와 ‘차이나타운’, ‘개항장’ 등, 친숙한 이름의 맥주가 눈길을 끈다.

“인천에서 자랐는데, 친숙한 동네 이름을 넣으면 어떨까 해서 붙였는데 마음에 든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신포동에서 가게를 하셨다. 신포동은 고향에 가깝다. 내가 자란 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제품에도 인천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지역 이름을 붙였다.”

박 대표는 양조장으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양조장에서 발효ㆍ숙성 중인 맥주를 몇 잔 권했다. 큰 통에서 뽑아낸 맥주는 신선하고 풍미가 아주 좋았다.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향이 입을 맴돌았다.

“이곳에서 재료를 배합하고 발효ㆍ숙성시켜 매장으로 바로바로 이동한다. 맥주 알코올 도수는 몰트가 좌우하는데, 몰트를 많이 투입하면 그만큼 높은 도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높은 도수일수록 비싸다.”

박 대표 말처럼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몰트가 좌우한다. 쓴맛은 홉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s) 숫자가 높을수록 쓴맛이 더 강하다. 매장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맥주 종류와 알코올 도수, IBU가 표기돼있다. 또, 맥주별로 설명을 적어놓아 선택을 돕고 있다.

칼리가리 브루잉
칼리가리 브루잉 내부

다양한 맥주 개발하고 자체 브랜드 키울 것

“양조장을 좀 더 확장하려한다. 현재 이곳 해안동3가에는 탭룸과 양조장이 함께 있는데, 탭룸 매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양조장을 좀 더 확장해 생산품질을 높이고, 여러 가지 종류의 맥주를 개발하고 싶다.”

박 대표는 지역 행사나 콘서트 등에 맥주를 협찬하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맥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생산 활동을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행사에도 참여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내가 자란 곳은 여기 중구 신포동 쪽인데,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근사한 곳이다. 차이나타운이 관광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기는 하지만 개항장거리와 신포동과 괴리된 느낌이 있고, 그냥 옆에 있는 동네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다. 좀 더 유기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했으면 좋겠다.”

박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맥주 이벤트 또는 축제도 구상하고 있다. 매장 앞에서 편하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도수가 높은 맥주도 만들고 싶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는데, 문제는 가격이다. 대량으로 시판되는 맥주와 달리 인천만의 풍미를 갖춘 맥주를 생산해 제공하고 싶다. 밍밍한 맥주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칼리가리 브루잉을 인천 대표 맥주 양조장으로 키우겠다.
탭룸(사진제공 칼리가리 브루잉)

“맥주를 인천의 자부심으로 키우겠다”

박 대표는 매장에서 맥주보다 피자와 떡볶이가 더 맛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맥주를 먹을 때 어울리는 음식 조합을 추천했다.

“부동의 1위는 ‘언노운’ 피자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언노운 피자와 맥주의 탄산 조합이 좋다. 그리고 샐러드인 토마토 카프레제도 괜찮다. 카프레제는 사브작 IPA 맥주와 잘 어울린다. 여성들은 떡볶이를 많이 시키는 편이다. 떡볶이 맛집이라고 아는 사람도 있는데,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바나나 화이트 맥주와 잘 드신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주류 취급은 주세하고도 관련이 있다. 맥주를 만들다가도 발효가 잘 안 되거나 정상적인 맛이 나오지 않는 등, 술을 버려야할 상황에서도 세금을 내야 한다.

“술을 버릴 때도 관계기관에서 와서 지켜본다. 주세를 좀 개선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행정절차도 좀 간소화했으면 좋겠다. 칼리가리 브루잉이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으로 성장하고 싶다. 관련 규제 등이 좀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국내에는 수제맥주 관련 업체가 120곳이 넘는다.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다양한 요구가 나오기 마련이다. 박 대표는 시대 상황이 변하고 다양한 요구가 표출되는 만큼 관련 법령도 그게 맞게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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