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항에 대함정 계류시설 없어 피항…다행히 중국어선도 물러가
7일 저녁 서해와 수도권 강타 예정... 인천시 긴급 재난대책회의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지난 2일 마닐라 동쪽 약 560km 해상에서 발생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재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링링은 7일 오후 6시 전후 서해에 접근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하며, 강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시설물의 피해가 없게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링링'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39m에 달한다. 태풍 강도는 중심 부근의 10분 평균 최대 풍속에 따라 '약'(초속 17∼25m), '중'(초속 25∼33m), '강'(초속 33∼44m), '매우 강'(초속 44m 이상)으로 분류된다.

5일 현재 기상청에 따르면 ‘링링’은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70km 해상에서 시속 19km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링링’이 빠르게 북진하며 강한 세력을 유지해 매우 강한 강풍이 불 수 있다. 역대 가장 센 바람 기록을 경신하는 지역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쪽 지방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심각한 인적?물적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 사전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태풍으로 해군ㆍ해경도 피항…다행히 중국어선도 물러가

연평도 북단 북방한계선 일대 해역은 어제만 해도 중국어선이 조업을 했으나 태풍 링링 상륙으로 5일 현재 배 한 척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사진제공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태풍이 북상하면서 서해도 분주해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연평도에선 연평항 인프라가 부족해 해군과 해경의 피항으로 안보에 구멍이 발생하게 생겼다.

태풍 상륙에 대비해 연평도 있는 해군과 해경 함정은 연평도에서 철수해서 덕적도로 피항을 준비하고 있다. 연평항은 정부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재난과 안보에 대비해 국가 관리항으로 지정했지만, 정작 신항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피항할 수밖에 없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평항은 연평도포격과 같은 국지전 대비와 중국어선 단속 등의 작전을 최선두에서 책임지는 곳이지만, 해군이나 해경의 경우 대형 경비함정 계류 시설이 없어 늘 바다에 떠 있어야해 유사시 정박할 수도 없다. 해군 함정은 보급을 위해 월 2회 접안 할 뿐이다.

다행히 이번 태풍으로 중국어선도 모두 물러가 현재 연평도 NLL 해역은 배 한 척 없이 한가롭긴 하지만 신항 투자를 방치할순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2010년 연평도포격 사건 이후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대비해 최대 5000톤급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개발해 해군이나 해경의 경비정 등 함정이 언제든 정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10년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다.

해수부는 이 같은 문제를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두 번에 걸쳐 기획재정부에 연평도신항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해수부는 연평도신항이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서 정한 국방 관련 사업과 남북교류사업에 해당한다며 예타면제를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해군시설 사업비가 총사업비의 30%에 불과하고 해경 부두도 평화수역(공동어로수역)이 지정되지 않아 남북교류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연평항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평항은 부두인프라가 열악해 1000t급 이하의 여객선만 정박할 수 있다.

심지어 연평항은 수심이 얕아 여객선이 날마다 물때에 맞춰 접안해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국내 연안여객부두 중 물때에 맞춰 배가 접안해야 하는 곳은 연평도가 유일하다.

연평항은 인프라도 열악하지만 좁다. 수심이 얕고 좁은 구역에 여객선, 어선, 행정선, 어업지도선은 물론 해군과 해경이 운용하는 경비정 등의 선박까지 모조리 정박해 있어 포화상태라 신항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해수부는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전국 연안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의 연평도신항 기본계획을 군사와 해양경계 강화에 중점을 둔 계획으로 변경해 올해 예비타당성 면제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인천시와 지자체ㆍ경찰청ㆍ공기업 ‘재난대비’ 분주

인천시는 태풍 링링 상륙에 대비해 5일 오전 기초단체와 공동으로 긴급 재난안전대책회의를 진행했다.(사진제공 인천시)

기상청은 '링링'이 6일 오후 9시께 제주도 서귀포 남서쪽 약 280㎞ 해상을 거쳐 7일 오전 9시께 전남 목포 서남서쪽 약 100㎞까지 북상했다가, 저녁엔 인천 서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링링’은 태풍 반경이 300㎞를 넘기 때문에 서해를 비롯한 수도권 전역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링링’ 상륙에 대비해 인천시와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도 분주해졌다. 시와 지자체는 긴급 재난점검회의를 점검했고, 인천경찰청은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운행통제 가능성을 예고했으며, 인천항만공사는 5일 오전 9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대기 근무와 항만 주요시설 점검에 나섰다.

시는 태풍 단계별 특복에 따라 비상근무계획을 실시할 예정이다. 6일 태풍 특보 시 상황실과 재난과, 응급복구반 등 부서 10개를 운영하고, 7일 경보 발령 시 부서 10개에 전 직원의 4분의 1이 비상근무하며, 광역적인 태풍경보 발령과 피해 발생 시 전 직원의 2분의 1이 비상근무에 나선다.

시는 재난본부를 구성해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군구 점검조를 편성해 현장에 배치하며 현장추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키로 했다. 산사태 대비 우려 지역 181개소와 급경사지 111개소, 배수펌프장, 건축현장 등에 예찰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시는 또 하천침수지역을 중점 순찰하고, 침수 우려 지역 31개소를 현장점검하기로 했으며, 어선의 경우 결박과 육지 인양을 추진하고, 우수와 오수관로의 통수를 확보하고 강풍에 대비 시내 간판 고정을 점검키로 했다.

박남춘 시장은 5일 오전 시 재난상황실에서 시의 각 담당 부서장과 군구 관계자들과 함께 이 같은 대책을 골자로 한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피해 예방 대책을 점검하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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