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명의 NO아베 현수막은 ‘불법’
구청장 추석인사 현수막은 ‘합법’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남동구가 구민 명의로 게시한 NO아베 현수막은 ‘불법’ 딱지를 붙여 하루 만에 철거하더니, 추석을 앞두고 시내 곳곳에 구청장 명의의 현수막을 게시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동구평화복지연대 등 시민단체와 구민들은 지난 달 13일 백범 김구 선생의 호를 딴 백범로를 ‘NO 아베 거리’로 만들기 위해 NO아베 현수막을 게시했다. 하지만 남동구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민원 등을 이유로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지난 달 13일 'NO 아베 현수막'을 게시한 백범로(왼쪽), 하루 뒤 남동구청이 'NO 아베 현수막'을 모두 철거한 백범로(오른쪽, 남동평화복지연대 제공)

더구나 남동구가 현수막을 철거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었다. 시민단체는 현수막 게시가 불법임을 인지하고, 구청장 재량으로 광복절인 8월 15일까지만 유지해달라는 협조공문도 보낸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남동구는 마지못해 시민단체에 철거한 현수막을 시민단체에 돌려줬다. 시민단체는 남동경찰서에 백범로 주변 집회신고를 내고서야 약 1주일 간 겨우 게시할 수 있었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추석을 앞두고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남동구 곳곳에 게시했다. 또한 행사 기간이 한참 남은 ‘남동구 소래포구 축제’ 현수막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남동구가 게시한 현수막

 NO아베 현수막은 불법인데 구정 홍보와 구청장 추석인사 현수막은 합법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석 남동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전 국민이 분노하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남동구민 이름으로 게시한 NO아베 현수막은 하루 만에 철거하면서, 구청장 명절인사 현수막은 곳곳에 게시되는 것을 보며 남동구민들이 얼마나 허탈할지 남동구는 분명히 알아야한다”고 했다. 또 “구민과 구청장의 현수막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행정을 하면서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라는 문구에 공감하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남 남동구 도시경관과 광고물관리팀장은 “같은 기준으로 보면 곤란하다. 정치인이 게시하는 현수막에 대해 지난해 남동구에서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이라며 “판례도 있는 만큼 올해 정치인이 게시하는 추석인사 현수막에 대해선 단속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NO아베 현수막 철거 이유였던 민원 제기에 대해선 “정치인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지난해 판례가 있었던 만큼 당장 철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