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 회의록 제출도 못받은 사업”
여대야소 의회 믿고 강행했다가 낭패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남동구가 ‘남동구민축구단’ 창단을 추진하려다 구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남동구민축구단’ 창단은 졸속행정, 부실운영 가능성 등 지적이 많았던 사업이다.

4일 제258회 남동구의회 임시회 총무위원회는 조례안 심의에서 5시간 여 격론 끝에 ‘남동구민축구단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했다. 조례안은 남동구민축구단 창단 후 운영비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총무위원회 위원들은 절차, 사업타당성, 구청장 친인척 인사 등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개일 남동구 문화관광체육과장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해 부결했다.

‘남동구민축구단’은 남동구가 지난 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독립형 민간법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최 모씨 등이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을 지난 6월 5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인물과 절차에 문제점을 지적받아 왔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이 같은 당 의원들과 안건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예정 시각보다 30분 늦게 개회했다. 사진은 개회 예정 시각에 착석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이날 구의회는 축구단 설립 조례를 놓고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오전 11시 45분 황규진 남동구의회 총무위원장이 격론 끝에 정회를 선언한 후 오후 1시 30분 개회하기로 했다. 이어 오후 1시 20분경 이강호 남동구청장이 구의회를 방문해 같은 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면서 예정보다 약 30분 늦춰진 오후 2시께 개회했다.

오전에 진행된 심의에서 자유한국당 신동섭(남동라) 의원이 “집행부에 법인 발기인이 명시된 회의록을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주지 않고 있다”며 “법인 설립 시 사내이사에 이강호 남동구청장 친형이 포함돼 있는 등 공개되면 안 되는 이름이 추가로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개일 과장은 “집행부도 법인에게 회의록을 제출받지 못 하고 있다. 다만 발기인에 이 구청장 친형 등 명단이 있을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연간 12억 원, 구 부담 5억 원이 예상되는 사업에 용역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1월부터 내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9월 초에 보고하며 9월 말 창단신청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했다.

이강호 남동구청장과 같은 당인 임애숙, 김윤숙 의원 등도 추진 과정에 문제제기를 했다. 임 의원은 “여대야소 의회 믿고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 많았다. 추진과정에서 최소한의 논의라도 있었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남동구민축구단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심의는 오후 3시 40분께 부결됐다. 황규진 남동구의회 총무위원장은 “총무위원회 위원들과 논의 끝에 본회의에 부의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개일 남동구 문화체육과장은 “올해 창단신청서 제출은 사실상 힘든 것으로 보고, 제기 받은 문제를 보완해 내년 다시 추진하겠다”라며 “내후년 창단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