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17명 중 14명, 9월 말에 두바이ㆍ캐나다 등 방문
시민단체, “주민들 고통 외면하고 혈세 들여 해외연수”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인천 서구의회(의장 송춘규)가 이달 말에 두 팀으로 나눠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인천시가 수돗물 적수(붉은 물) 사태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아직도 서구 다수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구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서구의회가 9월 3일 공개한 공무국외여행(해외연수) 계획서를 보면, 기획총무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이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공무국외여행을 간다.

복지도시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9월 23일부터 9월 30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캐나다 토론토ㆍ오타와ㆍ몬트리올ㆍ퀘백을 방문한다. 의원 총17명 중 14명이 공무국외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구의회가 밝힌 이번 공무국외여행 목적은 선진 외국의 우수사례 벤치마킹으로 명품도시를 추구하는 서구의 비전과 방향을 모색하고 의정활동 발전방안과 선진 의회 상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총무위는 두바이 전통시장인 마디낫 수크의 실내 시장 운영 현황과 우수 사례 파악, 두바이 스마트시티 운영 현황과 우수 사례 파악, 포르투갈 신트라시(市) 우수 시책 사업 파악, 스페인 복지센터 우수 시책 사업 파악 등을 위해 이번 해외연수를 계획했다고 했다.

복지도시위는 캐나다 토론토 스마트시티 경제 발전 프로그램, 노인계층 장기요양간호서비스ㆍ노인센터ㆍ시민문화회관 등 운영 실태와 우수 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간다고 했다.

하지만 둘 다 공무국외여행 목적이나 방문기관 선정 이유가 모호하다. 또한 여행 기간에 주말이 끼어 있는데 주말에는 관련 일정이 전혀 없다.

8월 29일 열린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한 심사위원은 “심사 기준을 보면 1일 최소 1개 기관 이상 방문하게 돼있는데, 일정을 보면 평일에는 1개 기관씩 방문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방문 계획이 없다.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다른 심사위원도 “기관 방문 일정에 두바이 마디낫 수크 실내 시장이나 스마트시티 방문이 있는데 이런 곳도 기관 방문에 해당하는 것이 맞나”라고 질문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는 참석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공무국외여행 계획을 승인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시민단체는 비판하고 나섰다.

박정환 서구평화복지연대 사무국장은 “수돗물 사태로 주민들이 2개월 넘게 고통스럽게 지냈고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의원들이 혈세(의원 1인당 350만 원, 총 4900만 원)로 두바이에 가서 시장을 둘러보고 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한 뒤 “이렇게 문제가 있음에도 계획을 승인한 심사위원들은 모두 사퇴해야한다. 의회는 공무국외여행을 즉각 재검토하고 공무국외여행 관련 조례를 상식에 맞게 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춘규 의장은 “오래 전부터 계획한 공무국외여행인데 수돗물 사태로 일정을 계속 미뤘다”라며 “더 나은 의정활동을 위해 필요한 일정으로, 다녀와서 의원별로 보고서를 잘 작성하고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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