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지역구 시의원들 반대로 ‘위법 조례’ 개정 무산
시,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에 보고한 뒤 10월 재상정 추진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국회법에 어긋나는 조례를 인천시의원들이 보류했다. 상위법에 어긋나 숱하게 시정 명령을 받은 ‘인천지하도상가관리 운영조례’ 개정이 또 무산됐다.

시는 위법을 방치할 수 없어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건교위는 “기존 조례를 믿고 계약한 임차인에게 발생할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류 배경을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은 빨라야 다음 임시회인 10월에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시의회가 임차인에게 발생할 피해를 빌미로 보류했지만,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이 숱하게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위법한 조례’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시가 제출한 조례안의 핵심은 공유재산관리법이 금지하고 있는 전대, 양도ㆍ양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시는 대신 임차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게 전대, 양도ㆍ양수 행위도 상가 안정을 위해 2년간 유예키로 했다. 또 임차인이 직접 영업을 못 하는 경우 양도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 임차인의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시는 특히, 대신 계약 기간이 10년 이내로 남은 임차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 허가를 최대 10년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개정안 부칙에 추가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이를 보류시켰다,

보류를 주도한 시의원들은 지하도상가를 지역구를 두고 있는 시의원들이다. 이들은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의 주장을 토대로 보류시켰다.

연합회는 기존방식대로 임차인 부담의 개?보수 공사비를 통한 기부채납 허용, 10?15년 단위의 수의계약연장, 전대와 임차권 양도ㆍ양수 허용, 계약기간 일괄 10년 연장 또는 2037년까지 일괄연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조례 개정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상가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은 위법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인천시 책임론을 제기하며 보류 결정 주도했다.

신은호(민·부평구1) 의원은 “법을 위배하는 조례를 제정한 인천시가 공개적인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창규(민·미추홀구2) 의원은 “(조례 개정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시를 힐난했다.

일부 의원들은 또 시가 지하도상가연합회 측과 합의되지 않은 채 조례개정을 강행한다고 주장했다.

안병배(민·중구1) 의원은 “지하도상가와 협의한 내용이 조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고, 박정숙(한·비례) 의원은 “조례를 믿고 투자했던 이들과 합의하려고 노력이라도 했냐”고 따졌다.

이에 최태안 시 도시재생건설국장은 “지난해 7월부터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6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간극이 너무 커서 합의를 이룰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인천 지하상가 상인들은 8월 27일 인천시의회 앞에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 전부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시, 행안부와 감사원에 보고한 뒤 재상정 추진

시의회의 보류 결정으로 위법한 지하도상가 조례는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인천지하상가 조례는 상위법에 어긋나 숱하게 시정을 요구 받았고, 감사원 조사결과 불법 실태와 세금탈루까지 드러나 개정이 불가피하다.

인천 지하도상가 전체 3579점포 중 2815개(약85%)가 불법 전대 점포에 해당했다. 이에 행정자치부(2007년)와 국민권익위원회(2013년), 인천시의회(2017년) 등은 지속해서 개정과 시정을 요구했다.

특히, 2018년 10월 감사원 특정감사 결과 임차인은 불법 전대 등으로 45억9700여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들은 연간 임차료로 평균 198만 원을 낸 후, 재임대(=전대)로 12배 이상에 달하는 평균 2424만 원 수익을 챙겼다.

또한 임차권 양도ㆍ양수 시 평균 4억3763만 원에 달하는 권리금까지 받는 것으로 조사됐고, 세금탈루까지 드러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 임차인과 지하도상가법인 등이 탈루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16억5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부평역지하상가 등 법인 7개는 시가 계약 기간을 상위법 기준보다 최소 3년 2개월부터 최대 6년 11개월까지 더 길게 연장해 줌으로써 지하도상가법인과 임차인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고, 임대료 역시 기준보다 연간 16억 원 상당을 적게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위법한 조례 개정을 미룰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지하도상가 관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내년 2월 종료되는 지하도상가 임차인에게 계약종료 예고를 통지하고, 임대기간이 만료된 점포는 공모를 통해 임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는 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보류된 배경과 상황을 행안부와 감사원에게 보고한 뒤, 10월 열릴 예정인 제257회 임시회 때 상정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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