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지휘자 해촉 공무원 시청 발령…정치선전 도구 이용 말라”
동구, “영수증 조작?카드깡 포착…비리 당사자에 대한 책임 문 것”
송광식 구의회 의장, “합창단 해체 없다” 구청장-합창단 면담 약속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정기공연을 열흘 남겨두고 구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휘자 해촉 통보를 받은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문화예술인 억압을 민주당 구청장이 재현했다”고 비판했다.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 되살리기 인천시민모임’은 2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의 공식적인 사과와 ▲합창단의 독립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운영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 되살리기 인천시민모임'이 2일 인천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동구청의 사과와 합창단 운영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장한섬 홍예門문화연구소 대표는 “정기공연 취소를 통보받은 후 학부모와 단원들이 7월과 8월에 공연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구청은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며 “구청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면담 요청도 묵살되고 담당 공무원은 휴가를 가는 등 단원들과 학부모를 철저히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합창단은 제4회 정기공연을 열흘 앞둔 7월 8일 구청으로부터 공연 취소 연락을 받았다. 그 이유는 지휘자의 공금 4만 원 횡령 혐의 때문이었다. 이에 단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연 취소 처분이 과하다고 항의했으나 구는 31일자로 합창단 지휘자를 해촉했다. 또한 단원들에게 공문서 ‘합창단 참여 동의서’를 보내 “미제출시 참여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합창단은 지난달 13일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실에 직접 찾아가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구청 현관에서 문화홍보체육실 관계자가 제지했다. 당시 관계자는 “구청장은 현재 외출해 없으니 회견문을 대신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합창단은 현재까지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윤미경 인천시민義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어른들의 갈등으로 아이들에게 상처주고 꿈과 희망을 말살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에 반하는 적폐”라며 “동구청장은 합창단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동구의 어머니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공금횡령 혐의로 합창단에서 해촉된 황혜영 전 지휘자는 “이 자리에서 해명하기 보다는 먼저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다시 기다리겠다”며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합창단을 이끌어달라는 요청에 응한 건데 이게 화로 돌아왔다”며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 대표는 “과거에 이흥수 전 동구청장도 성과저조를 빌미로 동구청소년수련관 영어교육원을 해체시켰다. 해체에 기여한 공무원은 그 후 구청 산하기관 책임자로 임명됐다”며 “이번 문화홍보체육실장도 지휘자를 해촉한 후 시청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의 사익으로 문화생태계가 파괴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합창단을 운영하는 동구 문화홍보체육실 관계자는 “지휘자의 공금횡령 금액은 4만 원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며 “합창단은 구가 요구한 기간보다 훨씬 못 미치는 10개월 치 정산 내역만 공개했을 뿐더러, 조작된 영수증과 카드깡이 의심될만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세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합창단이 먼저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합창단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입은 피해만을 부각시키지만, 그 이면엔 지휘자의 비리가 존재하기에 그에게 책임을 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처음엔 감사팀에 감사를 의뢰했는데, 감사팀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은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변해 검찰에 고소하게 됐다”며 “이전에 있던 문화홍보체육실장 역시 발령기간이 끝나 원래 근무하던 시청으로 다시 돌아간 거다. 이득을 얻었다는 건 지나치게 정치적인 해석이며, 영어교육원 해체 사건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합창단을 해체하거나 예산을 줄일 계획이 전혀 없고, 오히려 새로 지휘자를 들이기 위해 모집 공고를 낸 상황”이라며 “정치적 보복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한편,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 되살리기 인천시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구의회로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으며, 송광식 동구의회 의장은 “허인환 구청장에게 합창단 의견을 전달해 만남이 성사되도록 추진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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