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가천대길병원 노사 대립이 갈수록 첨예화하는 양상이다. 6월 말부터 병원 측과 임금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해온 노동조합이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9월 초에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6월 말부터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여덟 차례 진행했지만 평행선을 달렸고, 더 이상 병원 측에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지난해 말 파업이 단체협약 체결로 마무리된 지 8개월 만에 노조가 다시 파업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파업은 노사 모두 힘들게 할 뿐 아니라, 환자들 피해를 초래한다. 지역 의료공백 사태도 가져올 수 있다.

노조의 주된 요구는 임금인상과 병동 인력 확충, 단체협약 이행이다. 노조는 지난 파업 때처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임금도 적게 받고 있다’며 적정한 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사립대학병원 평균 인건비 총액은 의료수익의 45.7%인데, 길병원은 35.2%에 그쳤다. 길병원 원장도 올해 1월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3년 안에 다른 병원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인력이 부족해 힘들게 일하면서 임금도 적게 받으면 일할 맛이 날 리 없다. 특히 병원에서 직원 처우 수준은 의료서비스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설립된 지 60년 된 길병원은 그동안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설립자를 비롯한 경영진의 노력도 있었지만,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이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해 말 파업과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병원 측이 노조와 조합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이번 임금협상 교섭이 진척이 없는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파업 이후 간호부 소속 노조 간부와 대의원 30명 중 대의원 3명이 부서이동 면담이나 괴롭힘으로 퇴사했다.

또, 노조 간부 2명과 대의원 6명은 다른 부서로 이동 조치됐다. 노조는 지금도 일부 관리자는 ‘파업하면 병원이 망할 것이다, 직장을 폐쇄하겠다’는 말로 조합원을 회유하거나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조직적으로 지시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조직적이든 그렇지 않든, 관리자와 중간관리자들의 조합원 회유와 협박은 다수 조합원의 진술로 드러난 상황이다. 병원 측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상생하려한다면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행위를 하겠는가.

선진ㆍ첨단 의료기술과 장비 도입만큼 평등한 노사관계 정립과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게 노사가 상생하고 발전하는 길이다. 부디, 길병원이 그러한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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