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탈퇴공작 즉각 중단 촉구
병원측, “노조 주장, 사실 아니다”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8개월 만에 다시 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천대학교 길병원(남동구 구월동) 노동조합 지부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병원 측이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도 한편에선 노조 조합원 탈퇴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사진 가운데) 지부장이 병원 측의 조합원 탈퇴 공작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30일 오후 가천대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사진 이종선 기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는 30일 오후 길병원 본과 로비에서 강수진 지부장이 ‘조합원 탈퇴 공작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병원 측과 간호부는 민주노조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조합원을 괴롭히며 탈퇴공작을 자행해왔다”며 “그동안 기자회견과 부당노동행위 고소 등을 진행하고 로비 농성도 전개했지만, 일시적 중단만 있었을 뿐 조합원 탄압은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최근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병원 측과 간호부의 조합원 탈퇴공작은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며 대담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며 “앞에서는 성실하게 교섭하는 척 했지만 정작 뒤에서는 조합원 탈퇴공작과 노조 와해 시도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공개한 관리자들의 발언을 보면, “민주노총 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휴가를 줄 수 없다” “민주노총 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업무를 주지 않겠다” “지금 당장 탈퇴서 쓰고 퇴근해라” “너희 부모님은 알고 있느냐, 파업하면 대기발령 하겠다” “파업하면 고소ㆍ고발하겠다” 등이다.

노조는 지난 28일 개최한 ‘2019년 산별 현장 교섭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도 노조 활동 방해 행위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결의대회가 진행 중인 본관 로비에 중간관리자 40여 명이 사전에 집결해 조합원을 감시하고 출입을 막거나 회유ㆍ협박해 참석하지 못하고 돌아간 조합원이 상당수라고 했다.

또한, 결의대회가 끝난 후 병원 앞 골목에서 중간관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기하고 있다가 조합원들 길목을 막고 따져 묻기도 했으며, 일부 관리자는 “파업하면 병원이 망할 것이다” “직장을 폐쇄하겠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식농성을 시작한 강수진 지부장은 “지부장인 나도 현장을 돌아다니다 관리자들이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는데, 조합원들은 얼마나 많이 상처를 받았겠는가”라며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목숨 걸고 막기 위해 단식농성에 나섰다. 병원 측은 조합원 탈퇴공작을 즉각 중단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조직적으로 탈퇴공작을 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행위가 있었다면 벌써 노동청에서 지적했을 것 아닌가. 투쟁 결의대회에 관리자와 중간관리자들이 있었던 것은 원래 병원에서 행사하면 구경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랬던 것뿐이고, 조직적으로 지시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30일 무기한 단식농성을 앞두고 강수진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이종선 기자)

한편, 이날 노조가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병원 관리자들이 발언을 제지하거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가려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길병원 노사는 6월 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부족한 인력 충원과 적정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8차 교섭까지 병원은 일부 수용 의사만 밝혔다. 이에 노조는 지난 23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는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좀 더 교섭하라는 행정지도를 하거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다. 지노위 결정은 9월 9일 나올 예정이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다.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앞두고 9월 3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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