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단체교섭 총력투쟁 결의대회 개최
지난 23일 지방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 “건물에 투자 말고 사람에게 투자하라.”

28일 오후 5시 무렵, 가천대길병원(남동구 구월동) 본관 로비에서 다시 구호가 울려 퍼졌다.

가로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8월 28일 오후 5시 무렵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2019년 산별 현장 교섭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설립 60년 만인 지난해 말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이 14일간 파업을 벌인 길병원에서 노사 대립이 다시 첨예해지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조합원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9년 산별 현장 교섭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 파업 후 노사는 1월 1일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 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8월 21일 진행한 8차 교섭까지 진척이 없었다.

노조는 ▲임금 총액 15.3% 인상 ▲장기근속수당 지급 범위와 지급액 확대 ▲병동 인력 충원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해당 부서 정규직 인력 충원 ▲노조 간부와 대의원 조합 활동 보장 ▲단체협약 이행 ▲급여명세서 개인 자유 열람과 임금 내용 세분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환자 진료비 환급금 횡령 사건 진상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건복지부 간부공무원 뇌물공여 사건 행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교섭이 두 달 가까이 진행 중인데도 제대로 된 임금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노조 요구안 중 일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국내 주요 사립대학병원 평균 인건비는 연간 의료수익의 45.68%다. 하지만 길병원은 35.2%에 불과하다. 노조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임금도 적게 받고 있다”며 적정한 임금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을 여덟 번 했는데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노조는 지난 23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는 노사 간 조정을 시도한 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좀 더 교섭하라는 행정지도를 하거나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다. 지노위 결정은 9월 9일 나올 예정이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다.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앞두고 9월 3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강수진 노조 지부장은 “지난해 말 파업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앉아 구호를 외친다”라며 “1월 1일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현장으로 돌아가면 단협이 잘 지켜지고 인력도 충원될 줄 믿었는데, 노조 탈퇴 압박에 떠나가는 동료들이 생겼고 현장에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서 “1월 1일 단협을 체결하면서 병원장은 3년 안에 다른 병원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8개월 동안 단협을 이행하라며 지내왔다”며 “일한만큼 임금을 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 부디 노조가 파업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게 병원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 도중 간호부 중간관리자들이 현장에 나와 사진촬영을 하거나 결의대회에 참가한 간호사들에게 “왜 참여했느냐. 부모는 노조활동 하는 것 아냐”라는 식으로 말해, 노조 간부들에게 “부당노동행위”라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관리자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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