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공유지에 푯말 설치·현수막 철거
배다리위원회, “행정적 폭력 멈춰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동구 배다리 관통도로 건설 문제가 20년 만에 민관 합의로 일단락된 가운데, 주민들이 생태공원으로 가꿔온 도로 예정 부지에 동구(구청장 허인환)가 일방적으로 행정권한을 행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배다리 관통도로 건설 관련 민관 합의서 발표 직후, 동구는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가꿔온 생태공원에 ‘공유지를 구청이 관리한다’는 푯말을 세웠다.(사진제공ㆍ배다리위원회)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이하 배다리위원회)’는 동구의 일방적인 행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배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신흥동 삼익아파트~송현동 동국제강 도로공사 1차 중간 민관 합의서’ 발표 직후, 동구는 그동안 마을 주민들이 가꿔온 생태공원에 ‘공유지를 구청이 관리한다’는 푯말을 세웠다. 또한, 주민들이 가꾸던 꽃밭을 동구가 파헤친 것과 관련해 주민들이 동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설치한 현수막도 철거했다.

배다리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동구는 지하도로 예정 부지를 주민들이 관리해온 노력을 무시하고 두 차례에 걸쳐 예초기와 굴삭기를 동원해 파괴하는 난폭행정을 일삼았다”며 “눈요기를 위해 혈세를 들여 꽃씨를 뿌리는 관 주도의 새마을운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구는 7월 23일 작업인력과 예초기를 투입했고 8월 8일에는 굴삭기를 동원해 주민들이 가꾸던 꽃밭을 파헤쳤다.

민관 합의서를 발표한 날 오후에 박남춘 인천시장은 배다리 마을을 방문해 지하도로 예정 부지를 둘러봤다. 주민들은 ‘동구가 시장 방문을 의식해 보여주기 행정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민관 합의서는 ‘지하도로 지상 부지 활용방안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력 속에서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들이 가꿔온 생태공원을 파헤치는 등의 동구 행정은 민관 합의서 내용과도 전면 위배된다는 게 배다리위원회 주장이다.

배다리위원회는 “배다리 지하차도 건설을 합의한 이유는 배다리 마을을 주민이 주도해 가꿀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구는 합의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난폭행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배다리위원회는 “동구는 합의서 정신을 일방적으로 위협하는 행정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며 “구청장이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도로 공사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인천시가 나서서 합의를 준수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동구는 주민과 협치하는 시스템이 가장 낙후한 관료주의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허인환 구청장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이 나올 때까지 규탄시위를 전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구 도시경관과 관계자는 “현수막은 지정된 곳에 신고 후 설치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수막이라 철거했다. 또한 푯말은 단순히 구역 관리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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