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축제는 본래 종교적 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신성한 날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에 ‘휴식’이라는 의미를 가미하면서 오늘과 같은 성격을 갖게 됐다. 근대 이후 축제의 종교적 색채는 점점 퇴색됐고 축제를 향유하는 공간도 점차 도시로 변하면서 축제는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상품으로 적극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축제가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와 맥을 같이한다. 지자체별로 지역 특색을 살린 전통문화를 축제로 기획하기 시작했고, 지역별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동안은 국적도 알 수 없는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지역에서 지자체장의 홍보공간으로 전락했고, 그 때문에 축제가 세금을 축내는 관제 행사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지난 25여년 지자체가 주관한 도시(지역)축제의 역사는, 시민들과 적극적인 교감으로 진행하는 축제만이 지속력과 자생력을 갖춘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그러한 과도기를 거쳐, 우리 사회에서도 축제 의미는 훨씬 다각적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오늘 한 도시의 축제는 더 이상 외부 홍보용 행사로 여겨지거나 기획되지 않는다.

인천은 대한민국 3대 도시임을 자처하지만, 그에 흡족한 문화인프라를 갖추었느냐는 물음에서는 꽤 오랜 기간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이만 둘러 봐도 경기도의 작은 도시인 부천시와 고양시가 이미 2000년대에 각각 ‘만화’와 ‘꽃’이라는 확실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데 반해, 인천의 축제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의 축제들 역시 각각 성취와 부침 안에서 이제는 제 나름의 색깔을 갖춘 행사로 거듭나고 있음이 주목할 만하다. 6월에 치러진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이 근대의 관문이었던 인천의 ‘어제’ 위에서 기획된 것이라면, 지난주에 마무리된 ‘트라이보울 페스티벌’은 동북아 물류의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인천의 ‘오늘’을 보여주는 축제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월에 열리는 ‘부평풍물축제’는 23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천 축제의 살아 있는 역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인천이라는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축제들도 존재한다. 주로 신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런 축제들은 지역 색은 빠지고 상업적 성격이 보다 강화돼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이 주최가 돼 진행하는 이런 축제들의 경우에도, 지역 내 소비를 증진하고 흥미로운 이벤트로 주변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긍정성을 확보한다.

인천, 이곳의 축제는 이제야 비로소 제 얼굴을 조금씩 갖추고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지역 문화인들이 시민과 소통으로 일구어낸 성과라 할 것이다. 뛰어난 기획만으로는 그 어떤 축제도 진정한 도시의 문화행사로 정착할 수 없다. 오직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향유만이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다. 각 지자체들이 축제와 관련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적극 개최하는 이유는 여기서 분명해진다. 그것이야말로 기획과 참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한 공모전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주최하고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내가 만드는 축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이번 시민 공모로 인천의 또 다른 얼굴이 될 축제가 발굴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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