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도심형 장애인 공동체마을 만드는 게 꿈”
[연중기획] “도심형 장애인 공동체마을 만드는 게 꿈”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8.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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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25)
부평구 부평4동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 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해 10월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에서 강사와 장애인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지난해 10월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에서 강사와 장애인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언어치료실에서 만난 부모와 선생들이 협동조합 만들어

인천 부평구 부평4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이사장 유연주, 이하 협동조합)’은 올해 처음으로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으로 걸음마를 뗐다.

지난해 2월 현재 공간으로 이사 오면서 인천시로부터 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27년간 활동을 밑바탕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은 1993년부터 부평구 갈산동에 소재한 ‘딥스 언어치료실’을 운영하는 이화연 이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딥스 언어치료실은 언어치료와 인지학습치료, 그룹 사회성치료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5~6세 때 만난 발달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자, 더 이상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졸업 후 취업해 사회로 나가 적응하는 데 힘들어했다.

이를 지켜본 이화연 이사는 장애인들이 서로 삶을 나누고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딥스 언어치료실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들과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주변 선생들에게도 제안했다. 그렇게 모인 장애인 부모 4명과 선생 5명이 출자금을 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해 3월 목공 수업 장면.(사진제공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지난해 3월 목공 수업 장면.(사진제공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2017년 3월부터 딥스 언어치료실에서 진행한 장애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매주 화ㆍ목ㆍ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전에는 시낭송ㆍ이야기 나누기ㆍ형태 그리기를 하고, 오후에는 요일별로 미술ㆍ목공ㆍ수공예ㆍ에포크(주기집중수업)ㆍ움직임ㆍ산행 등을 한다. 처음부터 함께한 장애성인 3명과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장애성인, 장애학생 10명 정도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이화연 이사는 “지적ㆍ발달장애인 특성상 낯선 곳과 변화를 많이 어려워해 이곳으로 공간을 옮기고 나서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비용 문제로 프로그램을 3일만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일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각자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애인들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도 대부분 카페나 도서관에서 2~3시간을 일하는 정도이고, 8시간 일을 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라며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면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올 2월부터 장애인 자녀와 부모 대상 마을공동체 사업 진행

협동조합은 올해 2월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사업 공모에 ‘함께 준비하는 따뜻한 미래’라는 주제의 사업을 신청했고, 그게 선정돼 진행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성인이 된 자녀의 모습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먼저 키운 선배 부모들과 자녀의 자립과 미래를 고민하고 나누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협동조합은 부평구에 거주하는 장애인 자녀와 부모를 대상으로 지난 4월 ‘이렇게 아이와 함께 걸어왔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반기에도 할 계획이다.

5월과 6월에는 예술작업으로 자녀와 부모가 서로 마음을 알아가는 ‘흙과 붓이 전하는 내 마음’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하반기에 두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7월 초에는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강화군에서 발달장애인 공동체 ‘큰나무 캠프힐’을 운영하고 있는 문연상 대표를 초청했다. ‘큰나무 캠프힐’은 2017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발달장애인과 교사들이 함께 모여사는 공동체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한다. 우리밀로 만든 빵을 만들어 차와 함께 파는 카페도 운영한다.

도심형 장애인 공동체 만드는 게 최종 목표

2017년 12월 미술 수업 장면.(사진제공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2017년 12월 미술 수업 장면.(사진제공 세상에 닿다 협동조합)

협동조합은 ‘큰나무 캠프힐’을 롤모델 삼아 도심형 캠프힐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건물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작업장 등을 마련하고 마을 곳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연주 협동조합 이사장은 “더 많은 장애성인과 부모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부모는 장애인 자녀가 성인이 되면 상당히 지쳐하고 더 이상 투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찾아와서 마음을 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장애인 부모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협동조합도 도심형 캠프힐로 가기 위해 선생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협동조합은 장애 아동부터 성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개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비장애 아동도 상담 후 이용할 수 있다.(문의ㆍ070-8836-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