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7차 회의서 합의…지하도로·제한속도 50km/h
627억 추가 투입해 총사업비 2243억 원…2023년까지 준공
시, “민관 협치 대표 사례”…주민,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20년간 인천의 대표적 민ㆍ관 갈등 사례였던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도로’ 건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인천시는 8월 2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제7차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배다리 지하차도(3구간) 공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사진제공ㆍ인천시)

인천시는 8월 2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제7차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배다리 지하차도(3구간) 공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에서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까지 연결하는 이 도로 건설은 인천항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 혼잡한 교통난을 해소하는 한편, 효율적인 가로망 확보로 연수구(송도)~중구~동구~서구(청라)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됐다.

1999년 9월에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으며, 2001년 착공해 2022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시는 연장길이 2.92km, 폭 50~70m 도로를 모두 네 구간으로 나눠 공사할 계획이었다. ▲1구간 동국제강~송현터널 ▲2구간 송현터널~송림로 ▲3구간 송림로~유동삼거리 ▲4구간 유동삼거리~삼익아파트다. 도로 건설을 위해 그동안 1616억 원을 투입했다.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도로 구간별 현황(자료제공 인천시)

원도심 훼손 문제로 주민들 반발... 8년간 공사 중단

하지만 동구 금창동과 배다리 주민들은 ‘3구간 도로가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있는 원도심을 지나면 동구와 배다리 마을을 절단 내고 교통 혼잡과 주민 피해를 가중할 것’이라며 도로 건설을 반대했다.

도로 예정 부지인 배다리 일대는,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됐을 당시 제물포에 조선 침탈을 위한 일제의 조계지가 만들어지자 그곳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시장도 형성했으며, 서민들이 책을 사고팔면서 만들어진 헌책방 거리도 있다.

아울러 근대 교육의 산실인 영화초등학교와 창영초등학교를 비롯해 성냥 제조공장인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자리 잡았던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최하위인 인천 동구 지역의 녹지율을 높이고 배다리마을의 역사ㆍ문화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며 이 지역을 친환경ㆍ생태 문화공간으로 만들 것을 주장해왔다.

1구간은 2011년, 2구간은 2004년, 4구간은 2011년에 도로 건설 공사가 완료됐으나, 3구간은 주민들의 반대로 8년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연결도로 개통은 계속 미뤄져왔다.

민·관 협의체 구성으로 마침내 합의 도달

지난해 민선7기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전기 마련을 모색했다. 갈등을 협의하기 위한 민ㆍ관ㆍ전문가 협의체 구성 논의를 시작했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해 8월 정책현안 조정회의에서 ‘배다리 주민들과 시민단체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며 제3자 중재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서 9월에 시는 동구 금창동 주민대책위원회와 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면담을 시작했다. 10월에 시ㆍ동구ㆍ주민대책위ㆍ갈등조정전문가ㆍ분야별 전문가 등 10명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12월까지 회의를 네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민관협의회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졌다.

이에, 이종우 시 시민정책담당관은 민관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지난 7월 배다리 인근 쇠뿔마을 단칸방에 거주하며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대책위와 계속 협의하고 금창동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노력으로 8월에 그동안 중단된 민관협의회를 다시 개최했다.

마침내 민관협의회는 21일 7차 회의에서 배다리 관통도로(3구간)에 대한 1차 중간합의를 이끌어내, 20년 묵은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연결도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냈다.

21일 발표한 1차 중간 합의서에는 ▲3구간 도로 지하 건설 추진 ▲제한속도 50km/h 이하로 설계 ▲소음ㆍ진동 등 도로 건설과 관련한 내용 구체화 ▲지하차도 상부 구간 활용 방안 민관 협의 ▲공사 진행 제반 상황을 확인할 주민감시단 운영 ▲주민피해가 법적 허용치를 초과할 경우 주민이 원하는 법적 조치 이행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3구간 도로 건설 공사는 내년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3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3구간에 투입된 사업비는 324억 원이다. 시는 3구간 공사에 앞으로 627억 원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연결도로 사업비는 총2243억 원으로 책정됐다.

박남춘 시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일방의 주장을 관철한 것이 아니라, 서로 오랜 기간 진실한 대화를 진행한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것이 큰 성과이다”라며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던 배다리는 지난 20년간 인천의 대표적 갈등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대표적인 민관 협치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배다리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도시재생 방식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함께 추진하겠다”며 “이번 합의를 위해 힘을 모아준 배다리 주민들과 공직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배다리 주민들 “계속 지켜보겠다”

시는 이번 합의가 합리적인 공존방식을 모색하는 숙의 과정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시민단체와 배다리 주민들은 앞으로 시 행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번 합의가 연결도로 전면 지하화를 요구했던 우리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가 원도심을 관통하는 도로를 계획한 것부터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런데도 이번에 3구간 지하도로 건설에 합의한 이유는, 더 이상 도로부지 활용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 간 갈등을 유발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시는 배다리 지하도로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방식을 두고 주민들과 깊이 소통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미 준공된 2구간(송현터널~송림로) 도로도 최대한 친환경적인 도로가 되게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오전 기자회견 뒤 박남춘 시장은 오후에 배다리 마을을 방문해 3구간 도로건설 관련 현장점검을 실시했다.(사진제공 인천시)

이에 시는 “주민대책위를 포함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통 방법과 시기를 논의하겠으며, 배다리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도시재생 방식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한 박남춘 시장은 오후에 배다리 마을을 방문해 3구간 현장을 살펴봤다. 박 시장은 “앞으로도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인천의 오랜 현안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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