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으로 발생하는 간질성 경련이 뇌를 손상시킬 수 있는지, 앞선 칼럼에서 이야기했다. 요약해보면, 뇌전증 진단을 받으면 꼭 두 가지를 확인해야한다. 첫 번째는 뇌전증에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뇌 손상 위험이 있는 뇌전증인지 아닌지 확인해야한다. ‘상세불명의 뇌전증’이라고 하면 큰 문제가 없어 안심해도 된다. 두 번째로는 경련 지속시간이 10~20분을 넘어가는 양상인데, 중첩증 위험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초반 경련에서 중첩증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뇌 손상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생각해봐야할 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 소아 뇌전증과 성인 뇌전증의 차이다. 소아 뇌전증과 성인 뇌전증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부분 발작이니 전신 발작이니 하며 경련 양상에 따른 분류가 같은 경우라도 장기 예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연호전율’에서 나타난다. 소아 뇌전증은 자연호전율이 매우 높다. 통계마다 차이가 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소아 뇌전증 중 70~80%가 자연호전 경과를 보인다고 추정한다. 반면 성인 뇌전증 경우에는 역학조사를 접하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자연호전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성인과 소아의 자연호전율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성인 뇌전증 대부분은 뇌가 손상돼가는 퇴행성 질환의 특성을 보이는 반면, 소아 뇌전증은 일과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성인 뇌전증은 뇌가 이미 다 성장한 상태에서 뇌 조직이 노화하면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뇌 손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소아 뇌전증은 뇌 성장과정에서 불안정의 결과로 나타나기에 성장 이후에 소멸하는 경향이 높다. 소아 뇌전증의 경우 뇌 조직이 발달하기 위해 경련한다면, 성인 뇌전증은 뇌 조직이 퇴행하며 경련하는 것이다.

소아 뇌전증은 경련으로 인한 뇌 손상에서 거의 안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경련 중첩증에서도 뇌가 손상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소아 간질에서 경련 중첩증이 나타나도 뇌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도 20~30분 넘어서는 경련 중첩증을 겪은 아이들의 사례를 여럿 보았지만 뇌 손상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경련 중첩증에 응급조치를 하는 이유는 뇌 손상 위험이 확실해서가 아니다. 뇌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증거 역시 없기에 만에 하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경련을 강제로 억제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소아 뇌전증은 아주 특별한 뇌전증, 즉 영아 연축이나 결절성 경화증, 레녹스가스토증후군, 드라베증후 등 인지 발달이 느려지며 뇌 손상이 진행되는 중증 질환이 아니라면 뇌 손상 위험은 거의 없다고 인식해도 된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소아 간질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으로 분류되고 10분 이내의 짧은 경련이라면 뇌 손상 위험은 없는 뇌전증이라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경련에서 오는 위험성을 정확하게 인식한 이후에야 다음 조치를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뇌 손상 위험성이 없는 뇌전증에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원칙적 질문에 답해야한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겠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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