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 8월 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조직위는 8월 5일이 돼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 날짜를 공개했고, 장소는 8월 19일에 공개한다고 했다.

숨바꼭질 하듯 행사 날짜와 장소를 공개하는 이유는 다들 짐작하는 바대로다. 작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의 전시장이라 할만 했다. 동구의 행사장 사용불허, 일부 주민의 행사 개최 반대 행동,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의 행사장 물리적 점거, 경찰의 수수방관 소극적 대응, 이 모든 것이 종합돼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과정 전반에서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은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종 폭력을 행사했다.

한국에서 퀴어축제의 역사가 올해로 20년이다. 퀴어축제는 2000년 연세대에서 처음으로 열린 후 대구, 전주, 제주, 부산 등 많은 지역으로 확산됐다. 20년이라는 시간이면 상황이 좀 달라질 법도 한데,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은 더 확대되고 축제 현장에서 반대행동도 더 극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축제 자체를 무산시켜버린 작년 인천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주축이 돼 확대재생산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특정 집단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혐오, 난민혐오, 이주민혐오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성소수자운동에 비한다면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 노동운동을 향하는 노조혐오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던 노조책임론이 이제는 일상화됐다. 목숨을 걸고 고공에 올라 끼니를 끊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언론 기사에 조롱과 혐오의 댓글들이 난무한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소수자 혐오가 강화되고, 혐오세력이 점차 조직적으로 세력화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누구에게나 개방적인 접근성을 가지는 온라인에서 일상적 혐오행동이 이를 매개하고 있기에 적절한 대응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할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공동체성을 가져야하는가(누구도 차별받고 배제되지 않는 공동체), 권리를 가지는 시민은 누구인가(물론 모든 인간이다), 특정 집단 또는 개인 간 가치와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떤 원리로 이를 해결할 것인가(한쪽을 배제하거나 기각하지 않는 새로운 윤리의 발견) 등의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과 실천 외에 왕도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민의 힘이 토대가 돼야 법과 제도, 공적 기관들의 인식과 태도, 정책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연대, 차이의 존중은 이것이 가능한 기본 조건이다.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도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의 반대행동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 행사 장소가 속한 기초단체, 경찰 등 관계기관들은 작년처럼 혐오세력들의 불법행위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한다. 나아가 많은 인천시민이 성소수자들의 축제를 응원하고 성소수자도 권리를 가진 시민의 일원임을 함께 외쳐주면 좋겠다. 민주노총도 인천시민으로서, 혐오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는 동지로서, 성소수자들의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주체로서 올해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 퀴어축제의 성공적 개최는 인천을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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