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서해 해양쓰레기ㆍ연안침식 대안 없나
⑤호놀룰루 해양쓰레기·연안침식 관리사례(상)

[인천투데이 김갑봉·류병희 기자] 호놀룰루(Honolulu)는 미국 하와이 주의 주도(州都)이다. 하와이 주는 북태평양 하와이제도 섬 8개로 이뤄졌다. 호놀룰루는 하와이제도 중 세 번째로 큰 섬인 오하우섬 남동쪽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공습한 진주만이 호놀룰루에 있다.

오하우는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이다. 섬전체 면적은 약 1600km²로 제주도(1833km²)보다 약간 작다. 하와이 주정부와 호놀룰루시 역시 각지에서 밀려온 국제 해양쓰레기와 연안 침식으로 고민이 깊다.

오하우뿐만 아니라 하와이제도 전체 해변이 중국ㆍ일본ㆍ한국ㆍ러시아ㆍ필리핀ㆍ미국 알래스카 등지에서 떠내려 온 플라스틱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이를 치우는 게 일이다.

큰 덩어리를 치우긴 해도 파랑과 조류에 의해 바숴진 미세플라스틱이 심각한 환경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해양쓰레기 관련 비영리재단 팔레이(Parley for the Oceans)를 운영하고 있는 카히 파카로(Kahi Pacarro) 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에서 온 쓰레기가 가장 많다. 그다음 일본, 한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순이다. 중국에서 오는 쓰레기는 물병인데, 대륙에서 왔는지 배에서 버렸는지 뚜껑 닫힌 물병들이 많이 떠내려 온다”고 말했다.

하와이 오하우섬 동쪽 해안과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유명브랜드기업 기금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일부 재활용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해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으로 스포츠용품을 만드는데, 팔레이는 아디다스의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한다. 수거한 해양쓰레기 일부를 아디다스가 가져가 신발과 옷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신발과 의류에는 ‘Parley’가 새겨져 있다.

팔레이와 아디다스는 2018년에 해양플라스틱을 활용해 신발 1500만 켤레를 제작했다. 아디다스가 연간 생산하는 약 3억 켤레의 5%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 해양쓰레기 중 적은 양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팔레이는 아디다스를 비롯해 코로나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국제상공회의소 등 네 군데와 협력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활용한다. 아울러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을 줄이고 차단하는 일을 펼치고 있다.

카히 대표는 팔레이를 운영하기 10년 전에 비영리민간단체 ‘서스테인어블 코스트라인 하와이(Sustainable Coastline Hawaii, 지속가능한 하와이연안ㆍ이하 SCH)’를 창립해 하와이 연안을 보호하는 환경운동을 펼쳤다. SCH는 해양 부유 쓰레기(marine debris)와 침전 쓰레기를 수거했다.

SCH는 하와이 사람들이 하와이 해안과 보호에 관심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주된 활동 방식은 청소와 교육이다. 정기적으로 해안을 청소하고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교육했다.

SCH는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대형 해양쓰레기 치우는 행사를 펼친다. 전날 파티를 열고 다음 날 해안에 나가 쓰레기를 치우면서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오하우 동쪽 해안을 한 번 청소할 때 쓰레기 약2300~4500kg을 치우고, 와이키키 해변에선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약 900kg을 수거한다.

오하우는 땅이 좁아 수거한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SCH는 오하우에서만 1년에 220톤을 수거하는데, 이중 25%를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호놀룰루시에 주면 시가 처리한다.

카히 ‘팔레이’대표.

 “욕실에 물 넘치면 치우기보다수도꼭지 잠가야”

하와이에는 중국ㆍ한국ㆍ일본ㆍ러시아ㆍ필리핀ㆍ미국 본토 쓰레기까지 밀려온다. 무역풍과 회오리바람(GYRE)이 불어서 주로 동쪽 해안에 쌓인다. 오하우뿐만 아니라 하와이 섬 8개 모두 동쪽에 쓰레기들이 밀려든다. 남쪽 해변에 해당하는 와이키키에선 해양쓰레기를 볼 수 없다.

하와이 해양쓰레기는 바다에서 조업 중인 선박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카히 대표는 “화장품용 고기를 잡기 위해 쓰는 어구와 트랩이 있다. 이 어선에서 버린 원형 삼각뿔 형태의 플라스틱 어구가 하루에 100개 이상씩 떠밀려온다”며 “쓰레기를 보면 출처를 알 수 있다. 한국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웃음). 쓰레기는 이제 전 지구적 문제다. 치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근원을 찾아 발생 원인을 차단하고 줄이는 게 우선이고 두 번째가 수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카히 대표는 “아파트 욕실에 물이 넘치면 치우기보단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근본 대책이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발생 원인을 줄여야한다. 그래서 쓰레기 처리보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어떻게 만들었고 어떤 법ㆍ제도와 정책으로 만들었는지를 찾아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카히 대표는 전 지구적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고민하다가 SCH를 나와 팔레이를 설립했다고 했다.

그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사람들의 생활양식(패턴)과 소비성향을 파악해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친환경 제품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팔레이와 협력해 이를 추진하는 걸 준비하고 있다. 항공사ㆍ호텔 등 서비스영역은 물론, 일상 소비재까지 어떤 공정을 거쳐 제작했고 친환경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심층 조사해 공개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또한 팔레이와 협력해 쓰레기 발생 원인을 줄이기 시작했다. 카이 대표는 “코로나 광고를 보면 깨끗한 바다를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맥주 6병을 한 묶음으로 묶는 데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400억 원을 들여 종이로 변경했다”며 “오염은 제품 디자인과 설계가 잘못돼 있어서 발생한다. 팔레이가 재설계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호놀룰루 운하 하류 해양쓰레기 차단 그물.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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