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회 ‘재단 혁신안’ 시민 토론회 개최
재단 독립성 확보, 조직구조 개선, 문화협치
공은 재단 이사회로···“제도적으로 안착돼야”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 혁신위원회의 ‘재단 혁신안’이 위원들의 첨예한 논의 끝에 가닥을 잡았다. 혁신안은 8월 안에 원안을 기본으로 재단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9월부터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회는 지난 14일 주안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재단 혁신안에 대한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혁신위는 지난 2월부터 마련한 혁신안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4일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화예술계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가했다.

먼저 혁신위원장인 조인권 인천시 문화관광국장이 주제를 발표했다. 이어서 고동희 부위원장이 진행한 토론에는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장, 태지윤 재단 노조 부위원장, 김상원 재단 이사, 문국경 인하대 교수, 김지원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이 나섰다.

혁신위는 올해 초 재단 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재단 안팎의 갈등 해소와 재단 개혁 요구에 따라 박남춘 시장 직속으로 구성돼 활동했다. 시와 시의회, 재단과 노조, 문화예술계 등에서 12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위원들이 제시한 안건은 주로 재단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 인적 쇄신, 조직문화 개선,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마련, 시민사회와 소통 등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올린 혁신안은 6개월간 11번의 논의 끝에 마련한 것으로 크게 세 가지 틀로 압축돼있다. 위원들이 합의한 내용뿐만 아니라 합의되지 않은 일부 내용도 있어 시민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혁신안은 ▲재단의 독립성 확보 ▲민주적이고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직구조 개선 ▲문화 협치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 세 가지 틀로 나뉜다.

대표이사 추천위원에 직원ㆍ시민도 참여
시장, 당연직 이사장 유지···시 관여 최소화

재단 독립성 확보는 재단의 정치적ㆍ재정적 독립성 확보 요구에 따른 것이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재단 직원과 시민사회 대표가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점과 ‘근로자 이사제’ 도입 등이 눈길을 끈다.

대표이사 추천위원과 후보자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추천위원은 이사회의 후보자 추천 후에, 후보자는 최종 심층면접 후에 공개하기로 했다. 후보자 직무계획서는 익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재단 이사 추천위원회에 전임 대표이사가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성 등을 고려해 배제를 원안으로 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시장이 재단 당연직 이사장이 되는 것은 유지하되, 시는 문화 진흥 부분만 추진하고 재단 관련 사업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결정에 따르게 했다.

오랜 동안 지적된 ‘낙하산 인사’ 차단 문제는, 시장이 대표이사 추천위원을 낼 수 없게 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 독립과 관련해서는, 시 출연금은 법령에 의거하기에 운영 경비와 사업비를 혼용 사용한 점을 지적하고, 출연금은 용도에 맞는 인건비와 운영 경비로, 이자 등 수익금은 사업 발굴에 사용하기로 했다.

재단 기금은 현재 약 540억 원이며, 수익금으로는 사업 발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고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회의 11차례를 열고 각 안건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보고체계 축소 등,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로
역사문화센터ㆍ근대문학관 독립 등 의견 대립

조직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기존 1처ㆍ3본부ㆍ9팀과 2관ㆍ1센터 등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1실ㆍ1본부ㆍ2부와 신설될 시민문화협의회 등 재단 안팎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기획협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또, 아트플랫폼ㆍ트라이보울ㆍ우리미술관 등은 공모 절차를 거쳐 수탁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역사문화센터의 경우 현행대로 유지하되, 그 역할을 보강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분리해 역할을 재정립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팽팽해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한국근대문학관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살려 독립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출연금 등 법 규정 문제가 있어 실행방안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민주적 의사결정과 임직원 소통을 위해 수탁사업 결정 시 기획협력T/F의 역할을 강조하고 전 직원 정기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 본부장급은 내부 공모제를 실시하고 임기제로 운영한다.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이밖에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체적인 보수 상향과 상ㆍ하위 직급 간 보수격차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회의를 11차례 하고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시민문화협의회로 시민사회와 공감 구조 개선
아트플랫폼 관장제 폐지하고 운영협의체 구성

문화 협치와 관련해서는 시민사회가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재단과 소통구조를 위해 기존에 있던 문화포럼은 유지하고 시민문화협의회를 구성해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아트플랫폼 관장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입주 작가와 지역예술인이 참여하는 운영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지역문화의 다양성과 지속성, 공공성 등을 추구하는 문화생태계 구축을 위해 전문예술과 생활문화의 공존관계를 강조하고, 둘을 상호 분리해 운영하되 경쟁 위주의 시장 논리보다 공공성과 지속적인 지원 등을 원칙으로 활성화하기로 했다.

전문 창작예술 분야의 경우 자율성을 존중하고 평가나 경쟁이 어려운 부분인 만큼 그 특수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에 구체적 방안은 사안별로 검토하고 정책 반영을 위한 지속적인 목소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인천문화재단.

혁신안 전체적으로 긍정적 평가, 구체적 실행방안 고심
대표이사 권한 등 불명확···제도 정착 어렵다는 의견도

토론자로 나선 문화도시연구소장은 “문화재단은 중간지원조직이기 때문에 ‘문화 협치’ 이전에 ‘협치 문화’ 구축과 지원조직으로서 기준 정립이 중요하다”며 “혁신안을 큰 방향에서 동의하며, 재단이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시민사회 참여가 기본이 될 수 있는 개방형 직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태지윤 노조 부위원장은 그동안 상식적이지 않은 조직 문화와 소통 문제 등을 평가한 뒤 “혁신위 구성과 혁신안 등 대안 제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원 재단 이사는 혁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개인 의견임을 강조한 뒤 “혁신안은 마치 대표이사 권한이 축소되고 시민참여가 마치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참여와 운영은 구분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표이사의 권한과 역할 범위가 불명확하고, 조직 개편안은 중간조직 없이 대표이사가 9개 파트를 직접 상대해야하는 실무 전문가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업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명망 있는 인사가 오겠나?”라고 비판했다.

문국경 인하대 교수는 “혁신안에 대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시의회가 시민을 대표하는데 대표이사 추천위원 구성에 1~2명은 참여해야하고 직원 추천수도 3~4명으로 늘려야한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소통구조 개선으로 조직 안정과 활성화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사무처장은 국내 광역문화재단이 처해있는 보편적 위기상황을 관료화ㆍ정당성ㆍ다양성ㆍ주체성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혁신안 중에 이원화된 대표이사와 이사 추천위원회를 일원화하고 국ㆍ시비 사업 등은 위수탁보조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직 개편은 지원과 사업, 시설 운영 등으로 분화해 대표이사 이하 중간조직의 전결 규정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청객 중 한 시민은 “혁신위에 시민 한 명이라도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며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인데 대표이사 추천위원에 1명 이상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혁신위에서 마련한 혁신안은 귀속력이 없다. 이번 토론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ㆍ보완한 혁신안은 최종적으로 재단 이사회와 대표이사의 승인으로 결정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혁신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혁신안은 이번 토론회에서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21일 예정된 회의에서 다듬어질 것 같다. 그리고 이사회를 거쳐 최종 수용될 예정인데, 혁신위 구성과 혁신안은 현 대표이사가 이를 수용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큰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제 공은 재단 이사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사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이고, 혁신안으로 재단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내부적으로도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안은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취합해 세부 조정을 거친 뒤 오는 21일 열릴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그 이후 30일에 열릴 재단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31일 시의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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