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염원으로 게시한 ‘NO 아베 현수막’ 하루 만에 철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에 철거 ··· 의도 무엇이냐”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남동구 ‘백범로’를 ‘NO 아베 현수막’으로 물들인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남동구(구청장 이강호)가 현수막을 모두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동평화복지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강호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남동평화복지연대를 포함한 남동지역 시민단체들은 백범 김구 선생의 호를 딴 백범로를 ‘NO 아베 거리’로 만들기 위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주민들에게 현수막 제작ㆍ게시를 신청 받아 13일 게시했다.

지난 13일 ‘NO 아베’ 현수막을 게시한 백범로(왼쪽)와 14일 남동구가 ‘NO 아베’ 현수막을 모두 철거한 백범로(오른쪽).(사진제공ㆍ남동평화복지연대)

남동평화복지연대는 14일 낸 성명에서 “남동구민들은 역사왜곡과 경제침탈을 자행하는 일본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일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주말 포함 짧은 기간에도 현수막 167개를 신청했다”고 한 뒤 “지난 13일 백범로 장수사거리부터 만수시장 입구 삼거리 구간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주민들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을 게시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인 14일 오전부터 남동구는 민원을 이유로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남동구가 현수막들을 철거한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남동평화복지연대는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이름과 염원이 담긴 현수막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철거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이강호 구청장의 사과와 현수막 원상복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동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현수막 게시가 불법이지만 구청장 재량인 것을 알고 있어 게시하기 전부터 남동구에 이번 행사 취지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라며 “구청장 재량으로 광복절인 15일까지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김현남 남동구 도시경관과 광고물관리팀장 “정세를 감안해 게시한 현수막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으나, 민원이 수차례 제기돼 어쩔 수 없이 철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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