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지휘자 해촉 통보, 조례 따른 것”
단원, “참여 의사 묻는 협박성 공문 보내”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인천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들이 지난 7월에 이어 또 다시 현수막을 들었다. 이번엔 “아이를 두 번 울리지 마세요, 구청장님”이라고 적혀있었다.

합창단원과 학부모는 13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청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와 지휘자 해촉 통보를 규탄하고, 구청장의 사과와 동구 문화홍보체육실?동구의회의 책임을 요구했다.

지난달 8일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은 제4회 정기공연을 열흘 앞두고 구청으로부터 공연 취소 연락을 받았다. 그 이유는 지휘자의 ‘공금 4만 원 횡령 혐의’ 때문이었다.

이에 단원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금으로 교통카드를 충전했고 나중에 메웠다”며 공연 취소 처분이 과하다고 항의했다. 다음날 문화홍보체육실은 별다른 사과 없이 공연을 다시 열겠다고 연락했다가 3일 뒤인 19일에 공연을 연말로 연기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인천시 동구청 앞에서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원과 학부모들이 구청의 공연 취소와 지휘자 해촉 통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 대표 고용준 씨는 “정기공연을 위해 아이들이 8개월간 뮤지컬을 연습했다”며 “구청 문화홍보체육실에 수차례 연락해 이 공연만은 올려줄 수 없겠냐고 요청했으나 구는 31일자로 합창단 지휘자에게 해촉 통보를 보냈다”고 말했다.

구는 지휘자를 해고한 데 이어 단원들에게 공문서 ‘소년소녀합창단 참여 동의서’를 보내 "8월 8일까지 미제출시 참여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 처리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고 씨는 “합창단의 지휘자는 부모와 비슷한 역할이다. 그런 지휘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아이들에게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시연 화도진중학교 학생은 “연습할 공간이 없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그러던 중 구청은 싫으면 나가라는 공문서를 보내기도 했다”며 “더 이상 아이들이 슬퍼하는 동구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 조영미 씨는 “제대로 된 사과와 대화를 원했지만 구청장은 공문서로만 모든 걸 지시했고 소통을 차단했다”며 “상처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이런 행동을 대물림할까봐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합창단원과 관계자들은 구청장실에 직접 찾아가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구청 현관에서 문화홍보체육실 관계자가 제지했다.

학부모들이 “구청장을 만나러 왔다”고 요구했으나 구 관계자가 “구청장은 현재 외출해 없다. (회견문을)대신 전달하겠다”고 대답해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동구립소년소녀합창단은 구의 예산으로 운영되며, 지휘자를 위촉?해촉할 수 있는 조례가 제정돼있다”며 “비리가 있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해 조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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