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한테 흥분하면서 독립유공자는 100년 넘게 외면”
“아베한테 흥분하면서 독립유공자는 100년 넘게 외면”
  • 김갑봉 기자
  • 승인 2019.08.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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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독립유공자 550명 발굴해 2차 포상 신청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대학교(총장 조동성)가 독립유공자 550명을 발굴해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둔 지난 13일 국가보훈처에 포상을 신청했다.

인천대의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 신청을 이끌고 있는 이태룡 박사는 논문 20여 편과 ‘한국 의병사(상ㆍ하)’ 등 단행본 38권을 출간하고 그동안 독립유공자 1700여 명을 발굴해 포상을 신청한 이 분야 전문연구가다.

인천대는 3ㆍ1운동 100주년과 제9회 의병의 날을 맞아 독립유공자 215명을 발굴해 이들 포상 신청서를 6월 1일 국가보훈처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포상 신청 대상자는 1912년 이전 의병투쟁 유공자 187명, 의열(義烈)투쟁 유공자 28명이다. 이 중에는 1907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전국 의병이 연합해 서울 진공작전을 전개할 당시 13도창의대진에서 관서창의대장으로 활동한 방인관 의병장과 정한용 진주 의병장 등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도 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안중근 의사와 5촌 지간으로,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조 총장의 고모할머니다. 또, 조동성 총장의 장인인 김우전 전 광복회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이자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다.

서대문감옥에 구금됐던 배화여학교 학생 6명(사진제공 인천대학교).
서대문감옥에 구금됐던 배화여학교 학생 6명.(사진제공ㆍ인천대학교)

1차 218명 발굴 이어서 2차 550명 발굴

인천대의 독립유공자 발굴은 친일재산환수법(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최용규 전 국회의원이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화됐다. 최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최운산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한데, 최 이사장이 이태룡 박사를 독립유공자 발굴 연구위원으로 초빙했다.

인천대가 광복절을 맞아 포상을 신청한 550명은 3ㆍ1운동 유공자 382명과 간도와 함경도 지역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전개한 유공자 168명이다. 인천대는 550명 중 2명을 제외한 548명의 판결문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관련 서류만 2만500여 장이다.

눈에 띄는 인물은 1920년 3월 1일 3ㆍ1운동 1주년을 기념해 대한독립 만세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서대문감옥(=서대문형무소)에서 곤욕을 치른 배화여학교(배화여고 전신) 24명 중 아직까지 포상 받지 못한 6명이다.

포상 신청 대상자 중 간도와 함경도, 평안도 등 이북 지역 항일투사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만주와 연해주가 항일독립운동의 근거지였고 함경도와 맞닿아 있기에 넘나들며 항일운동을 전개했던 특성으로 풀이된다.

대를 이어 독립운동···죽산 조봉암과 항일투쟁

이중 간도 왕청현에서 대한군정서(大韓軍政署) 모연대장(募捐隊長)으로 활약한 최수길(崔壽吉) 지사는 이들과 함께 항일투쟁에 헌신했고, 그 아들은 죽산 조봉암과 관련이 깊다.

최 지사는 일본군에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는데, 그의 아들 최령(崔嶺)은 죽산이 주도한 고려공산청년회에 가입해 독립군자금을 모으다가 체포돼 8년간 옥고를 치렀다.

포상 신청 대상자 중에는 일본 군ㆍ경과 전투를 치르다 전사한 분도 많지만, 부상당한 채 체포됐거나 밀정에 의해 체포된 투사들에겐 모진 고문 끝에 사형, 무기징역, 징역 20년 등의 악형이 선고됐다.

일제는 잔인했다. 판결문 하나에 18명이 사형, 4명이 무기징역에 처해진 경우도 있었고, 3ㆍ1운동에 참여했다가 무더기로 체포돼 1.1평(3.63㎡) 감옥에 16~17명을 가두고 심하게 매질해 숨지기도 했다. 일제의 이 같은 만행은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지역 애국지사들의 상고 이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포상 신청 한 달 전 97세로 눈감은 독립운동가

인천대의 이번 포상 신청 대상자 발표 설명회에는 항일투사의 후손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중 한 분인 임희숙 여사는 석주 이상룡 선생이 이끈 서로군정서 통의부(統義府)와 정의부(正義府)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임인호(林仁昊) 지사의 딸이다.

포상 신청 대상자 중 조상학(趙相學) 선생은 한 달 전 세상을 떠나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독립군 조상학 선생의 딸 조용자(趙容子) 여사는 “부친은 일본군에 간도로 강제 징집됐다가 탈출한 뒤 광복군으로 참여해 조국 광복을 위해 일했다. 부친 생전에 포상을 받아 기쁘게 해드리고자 무척 애썼지만 지난 7월 27일 향연 97세를 일기로 별세하고 말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남한 재판기록 70%이상 비공개···이것부터 공개해야

독립유공자 발굴을 주도한 이태룡 연구위원은 “평안도, 황해도 지역 재판기록은 고등법원(현 대법원)의 기록뿐이고, 함경도는 1심 재판기록을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한 뒤 “독립유공자 발굴을 위해선 현재 70% 이상 비공개로 돼있는 남한 재판기록이라도 제대로 공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규 이사장은 “친일재산환수법을 만들 때와 똑같은 심정이다. 당시 누구나 필요성을 느낀다면서도 법제처도 외면했고 국회도 외면했다. 결국 자구 하나까지 내 손으로 고쳐서 법안을 제출했고 2005년 12월 29일 통과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연장 거부로 4년 활동 끝에 친일재산환수조사위원회는 문을 닫고 말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최 이사장은 “독립유공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보훈처라는 정부기관이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을 등한시한다. 그래서 대학이 나섰다. 아베한테는 흥분하면서 100년 넘게 방치한 이 문제는 왜 흥분하거나 나서는 사람이 없을까. 불매운동은 하면서 왜 독립유공자 발굴은 철저히 외면할까”라고 쓴 소리를 한 뒤 “정부가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애국지사의 삶과 뜻을 기리는 데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