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상 소 제기 안한다’에 동의 안하면 신청 불가
주민들 “신청할 마음 안생겨, 집단 소송 참여하겠다”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인천시가 12일부터 수돗물 적수(붉은 물) 사태로 피해 주민들을 상대로 피해보상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돗물 피해 보상 신청서 양식. 아래 파란 테두리 안에 적혀 있는 서약 문구에 동의하지 않으면 신청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인천시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12일 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돗물 피해보상 신청과 청구서(일반주민용)’ 온라인 양식을 확인한 결과, 생수구입비·필터교체비·의료비·수질검사비 등을 입력하게 하고 관련 영수증을 첨부 파일로 올리게 돼있다. 보상금액은 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사로 결정한다.

문제는 마지막에 ‘신청금액 전액 지급 결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은 경우 동 피해사고에 대해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며, 더 이상의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하며 신청한다’는 문구에 ‘동의함’을 체크하지 않으면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받는 보상 신청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져지자 피해 주민들은 해당 서약 문구를 보고 ‘화가 난다’며, 보상을 신청하지 않고 서구 수돗물정상화 주민대책위(이하 주민대책위)가 진행하는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구 지역 커뮤니티카페인 ‘너나들이 검단·검암맘’에 12일 한 주민은 ‘인천시 적수 피해 보상 신청할 마음이 안 드네요’라는 글과 보상 신청서 양식을 올리고 서약 문구를 비판했다.

해당 주민은 “보상 신청 화면 맨 아래 이런 내용이 있다. 그냥 신청하고 보상받으려고 하다가 문구를 볼 수록 울화가 치밀어 그냥 나와버렸다”고 밝혔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주민들은 “누구 맘대로 화해냐. 이거 동의하고 보상받았는데 또 이런 일 생기면 찍 소리도 못하고 X물 먹으라는 건지” “이거 보고 보상 신청 안하고 소송하면 같이 동참하려고 한다”는 등 댓들을 달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재정기획관 관계자는 “보상을 받은 후에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서약 문구를 넣은 것”이라며 “서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선 지난 11일 주민대책위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가 발표한 수질 정상화와 피해 보상안을 동의할 수 없기에, 시가 입장 변화 없이 피해 보상을 접수하면 주민들과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하지만 시는 기존의 발표한 피해 보상안 그대로 12일부터 접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대책위는 이번 주 중에 주민 집단 소송인단을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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