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7. 인천 빈집 활용방안과 정비 방향 (마지막 회)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미추홀구 수봉공원 인근 주택가. 빈집이 많은 편이다.

인천 빈집 약 4000채···불량ㆍ철거대상 약 1400채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정비법)’이 2018년 2월 8일 시행된 이후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빈집 실태 조사와 정비계획 수립을 진행 중이다. 빈집정비법에서 정의한 ‘빈집’은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을 말한다. 다만, 미분양주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택은 제외한다.

인천의 지자체들은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빈집 실태를 조사했다. 인천의 빈집은 총3976채로 잠정 집계됐다. 인천시가 7월에 잠정 집계한 구ㆍ군별 빈집 수를 보면, 미추홀구가 857채로 가장 많다. 중구(672), 부평구(661), 동구(569) 순으로 뒤를 이었다.(표 참고) 빈집이 원도심 지역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빈집 상태와 ‘위해’ 수준을 감안해 빈집 등급을 ▲1등급 양호 ▲2등급 일반(보통) ▲3등급 불량 ▲4등급 철거대상으로 분류하는데, 빈집 3976채는 ▲1등급 1203채(30.26%) ▲2등급 1366채(34.36%) ▲3등급 808채(20.32%) ▲4등급 599채(15.07%)로 분포했다. 상태가 불량하거나 ‘위해’ 수준이 높아 당장 철거와 같은 조치가 필요한 빈집이 1407채(35.39%)나 된다.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복합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서울 강북구 미양마을 현황 사진.(제공ㆍ서울시)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복합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서울 강북구 미양마을 조감도.(제공ㆍ서울시)

실태조사 쉬어도 정비계획 수립ㆍ이행은 어려워

빈집정비법을 제정한 이유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빈집이 위치한 지역을 재생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됐다. 특히 원도심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효과를 파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법ㆍ제도적 한계로 문제해결이 쉽지 않았다. 빈집정비법 시행에 따라 지자체장은 빈집 실태를 기준을 갖고 조사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해 이행할 수 있게 됐다.

빈집 실태 조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전기ㆍ상수도 사용량으로 거주하지 않은 기간을 확인, 그 기간이 1년이상 된 주택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현장조사로 빈집 여부와 등급을 정한다.

하지만 정비계획 수립과 이행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사유재산이기에 행정에서 맘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지원방안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또한 철거가 능사가 아니다. 원도심에 빈집은 계속 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빈집을 활용한 주거지 재생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모두 재정이 뒷받침돼야한다.

아울러 빈집 실태 조사 과정에서 빈집이 된 배경과 사유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등급에 따라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빈집이 된 배경과 사유를 알아야 적합한 정비계획을 세울 수 있다.

부산 찻한텃밭 조성 전(위)과 조성 후 모습.

빈집 활용한 공용시설ㆍ반값 임대주택의 한계

빈집정비법 시행 이전에도 지자체들은 빈집 정비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유형은 대동소이하다. 지자체가 빈집을 철거해주는 대신 3년간 공용 주차장이나 텃밭 등으로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빈집을 리모델링해주고 3년간 주민 공동 이용시설로 사용하거나, 저소득층이나 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반값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이 반값 임대주택은 빈집 소유자와 협약해 빈집을 리모델링한 후 주거취약계층에 5년 이상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 사업들은 협약 기간이 지나면 소유주에게 반환하거나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주거지재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빈집은 보통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에 위치해있다. 부산시 사례를 보면, 반값 임대주택 사업이 소유주와 입주자에게 모두 호응을 받지만 한 동네에서 세입자가 이동하다보니 빈집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세입자가 더 좋은 조건의 반값 임대주택으로 이사하는 동시에 그 세입자가 살던 주택은 공실이 생긴다는 얘기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 공유주택으로 운영하는 전주 달팽이집.

빈집을 활용한 원도심 주거지 재생으로 진일보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바탕에서 진일보한 사례가 빈집 활용을 주거지 재생에 무게를 두는 사업이다. 지자체가 빈집을 매입해 활용한다는 적극성을 띤다. 전주시는 빈집을 활용한 사회주택 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주시가 공유재산인 빈집 사용권을 20년간 주거복지 분야 사회적협동조합에 주면, 그 조합이 사용료를 내고 공유주택(셰어하우스) 형태로 리모델링해 입주자를 모집ㆍ운영하는 방식이다.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받는 조건이다. 전주에는 청년 공유주택인 달팽이집과 여성안심주택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주택은 주거복지 사업의 일환이자, 마을에 들어온 청년들이 주민과 소통하고 마을 활동에 참여해 마을을 재생하는 것을 지향한다.

서울시는 반값 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 공급만으로 원도심 주거지를 재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임대주택과 함께 청년거점공간이나 주민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빈집 활용 주거지 재생을 위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빈집 1000채를 매입해 임대주택 4000호와 청년거점ㆍ주민커뮤니티 공간, 공용주차장 등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빈집 400채 매입을 위한 예산 2400억 원을 확보해놓았다.

빈집 정비 활성화 위해선 국ㆍ시 지원 등 필요

하지만 서울시가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빈집 소유자와 연락하기 어려워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은 데다 임대주택과 청년거점공간 등을 함께 조성할 대상지를 찾기도 쉽지 않다. 빈집은 대부분 점으로 흩어져있다. 그래서 일차적 매입 대상지는 빈집이 어느 정도 모여 있는 지역이다. 빈집 정비계획 고시를 앞두고 있는 미추홀구도 빈집 밀집지역을 지정해 그곳을 우선 집중해 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게다가 거의 모든 지자체가 서울시만큼 재정 여건이 안 되다보니 빈집 정비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미추홀구는 그동안 빈집 철거나 리모델링 지원에 연간 1억 원 정도를 지출했다. 호당 평균 2000만 원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 5채밖에 정비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빈집을 매입해 활용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광역지자체는 보통 빈집을 정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갖고 있다. 부산시가 약1500원, 인천시가 500억 원가량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기초지자체의 빈집 정비에 국ㆍ시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다수 지자체에서 국ㆍ시비 지원과 함께 빈집 매각 시 양도세 감면 등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답이 없으며, 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빈집 활용한 주거지 재생 모델 만들고 확산해야

다수 지자체에서 빈집을 활용한 주거지 재생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전주시는 ‘주거지 재생 포럼’을 운영하고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전문가ㆍ활동가 육성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어서 주거지 재생 분야 민간전문가를 시 주거지 재생 총괄계획가로 위촉하고 주거재생팀을 신설했다. 인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도시 가치는 고층 건물과 고가 부동산 유무가 아니라, 이웃 간 소통이 가능하고 양보와 나눔의 미덕이 살아있는 공동체 유무에 달려있다. 쇠퇴하고 있는 구도심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주거공간으로 연결해 모두 살기 좋은 집이 있는 사람 도시 전주를 만들겠다”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선언은 눈여겨볼 만하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도시의 가치와 형태는 무엇인지 질문해야할 때다. 몇 년 사이 구도심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차난과 ‘위해’ 수준 증가 등으로 도시 문제화될 가능성이 크고 주거지 재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난개발을 적극 규제하는 한편, 주거복지와 주거지 재생이라는 큰 틀에서 빈집 활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해 모델을 만들고 확산하는 게 시급하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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