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얼마 전 진주에 다녀왔다. 그곳에 볼일이 있다는 지인을 그냥 따라나섰다. 진주는 생각보다 큰 도시였다. 저녁 무렵, 조용한 진주성을 한 바퀴 돌고 밥을 먹으려 성 입구를 나설 때 건너편 상가에 ‘운석빵’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봤다. 운석 모양으로 빵을 만들었나,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쳤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가느라 다시 그 가게 앞을 지났다. 그제야 대체 어떤 빵인지 궁금해 핸드폰으로 검색했다. 게시물이 여러 개 나오는 것이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알고 보니 진주는 우리나라에서 운석이 떨어진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2014년 3월, 하늘에서 비스듬히 떨어지는 빛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증언이 국내 곳곳에서 나왔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5초 이상 빛을 내는 뭔가가 찍혔다. 그 물체는 다음날 진주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됐다. 바로 운석이다.

운석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목성과 화성 사이에 떠다니는 소행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 소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각자의 궤도를 돌다가도 종종 이탈한다. 소행성끼리 부딪치는 것이 원인이라지만 확실치는 않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소행성은 중력이 강한 태양 쪽으로 끌려오다가 지구의 공전궤도를 통과하기도 한다.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에 재밌는 비유가 나온다. “지구의 공전궤도가 일종의 고속도로라고 한다면 그 길을 달리는 자동차는 우리(=지구) 뿐이다. 그러나 보행자(=소행성)들이 살펴보지도 않고 길을 건넌다고 생각해보자. (중략)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런 보행자들이 시속 10만 킬로미터 속도로 달리고 있는 우리 앞에서 알 수 없는 빈도로 길을 건너다니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중략) 멀리서 반짝이는 수천 개의 별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소행성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소행성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탓에 대기권을 가득 채운 공기는 비켜날 새가 없다. 소행성 앞쪽 공기는 잔뜩 압축되고 온도가 태양 표면의 열 배로 올라간다. 뜨거운 공기와 마찰로 소행성은 활활 타면서 빛을 내고, 우리는 이것을 유성이라 부른다. 유성은 대부분 공기 중에서 순간적으로 기화해버리지만, 일부 타다 남은 것이 땅에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운석이다.

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큰 소행성이 지구처럼 중력에 의해 돌면서 겉면엔 가벼운 물질이, 내부에 무거운 물질이 자리 잡는다. 이것이 다른 소행성과 충돌로 부서지면 조각마다 성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분화 운석이라 부른다. 이와 달리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소행성도 있다. 이것이 지구에 떨어진 것을 시원 운석이라 부른다. 시원 운석을 분석하면 태양계 초기 모습을 짐작할 수 있어 ‘태양계 타임캡슐’이라 불린다.

진주에 떨어진 것이 바로 시원 운석이다. 무게 29킬로그램부터 420그램까지, 사람들은 운석 네 개를 찾아냈다. 운석 소유권은 먼저 주운 사람에게 있다. 당시 학자들은, 이 운석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차례 발견된 운석과 비슷한 성분이어서 희소성은 떨어진다고 했다. 해외에선 1그램당 3~4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듬해 지질자원연구원은 1그램당 1만 원에 사겠다고 발표했지만, 2016년까지도 운석은 소유주들이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실 진주 운석은 1943년 전라남도에 떨어진 시원 운석 이후 71년 만에 한반도에 떨어진 귀하신 몸이다. 우주 공간에 떠다니던, 태양계 초기 모습을 간직한 물체가 그 광활한 우주를 통과해 누군가의 눈앞에 나타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유성을 보는 경험을 신비롭게 생각하며 소원을 빌고 운석이 발견된 장소에도 각별한 뜻이 깃들어 있다고 여긴다. 아마 운석빵에도 이런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고 해도,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간절히 바라는 게 있는 사람은 생을 향한 열망도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성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고 말 우리 삶이 기쁨과 희망과 사랑으로만 채워질 수 있다면.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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