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서해 해양쓰레기ㆍ연안침식 대안 없나
③통영시의 해양쓰레기 처리 사례

[인천투데이 김갑봉·류병희 기자] 

경상남도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린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자연경관이 수려해 매해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통영은 또, 굴ㆍ미역ㆍ전복ㆍ진주ㆍ멍게ㆍ가리비ㆍ우럭ㆍ고등어 양식을 선도하는 지역이자, 통발과 어선 어업으로 멸치ㆍ붕장어ㆍ볼락ㆍ감성돔 등 국내에 유통되는 수산물 대부분을 생산하는 수산업 도시다.

멀리서 바라보는 통영 바다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어구와 굴 폐각,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양식어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부표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파랑과 햇빛에 노출돼 떨어져나간 부표가 해안가로 밀려 서로 부딪혀 미세스티로폼으로 부서져 해변에 쌓이거나 바다에 떠다닌다. 이를 어류와 해조류가 섭취하고, 이를 다시 사람이 섭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통영은 굴 양식으로 유명하다. 해역 1430헥타르(㏊=1만㎡)에서 연간 11만4107톤을 생산하며, 국내 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굴은 주로 ‘연승수하식’ 방식으로 양식한다. 멍게양식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통영 멍게 생산량은 연간 6500톤으로 국내 61%를 차지한다. 진주도 연승수하식으로 양식하는데, 연간 1.13톤을 생산하며 국내 생산량의 100%를 책임진다.

연승수하식 양식엔 부표가 필수자재다. 바다 위에 부표를 띄워 놓고 그 아래에 줄을 늘여 뜨려 어패류와 해조류가 부착하는 방식이다 보니, 어업용 스티로폼 부표 수백만 개가 바다 위에 떠있다.

어업용 스티로폼 부표는 부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미역과 다시마 양식엔 30ℓ급, 굴과 멍게에는 60ℓ급, 바지선 등에는 100ℓ급을 보통 사용한다. 이 스티로폼은 플라스틱 알갱이 수백만 개로 이뤄져있어 햇빛과 물살에 잘 부서진다.

보통 굴 양식장에서 200m 줄 하나에 부표 150~170개, 1㏊당 1500~1700개 정도를 사용한다. 통영 굴 양식장 면적이 1430㏊이니 부표 약 230만개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유실되는 부표가 해양쓰레기로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스티로폼 부표 이용을 줄이고자 알루미늄 재질의 부표를 보급하고 있지만, 스티로폼보다 무겁고 가격도 비싸 어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통영 학생들.

스티로폼 부표, 친환경 알루미늄으로 교체 시급

통영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경상남도와 통영시는 물론 주민들도 분주해졌다. 주민들은 해양쓰레기 수거와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의식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자원봉사자를 조직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와 어촌계가 협력해 의식개혁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에 관련정책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통영ㆍ거제환경운동연합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2016년 통영 강구안에서 침적 쓰레기 300여 톤을 끌어올렸다. 수질검사를 실시해 중금속 오염까지 밝혀냈다. 그 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정비하기 시작했다.

통영ㆍ거제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월 해양쓰레기 조사 전문기업에 의뢰해 첨단장비와 전문기법으로 견내량 주변 해역의 부유 쓰레기와 침적 쓰레기 분포를 조사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모한 ‘행복한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에 ‘견내량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을 신청해 지원을 받는다.

사업비는 6억720만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5억 원을 지원하고 통영시ㆍ수협ㆍ환경운동연합 1억720만 원을 부담한다. 사업 해역은 이순신공원부터 견내량까지다. 어촌계와 함께 해안가로 밀려온 부유 쓰레기와 바다 속 침적 쓰레기를 수거한다.

지욱철 통영ㆍ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국내 바다엔 스티로폼 부표가 3000만 개 정도 있는데, 부피로 치면 통영ㆍ거제ㆍ고성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60ℓ급 어업용 스티로폼이 1000만 개 이상 설치돼있다”라며 “어업용 스티로폼은 햇빛에 노출되고 한 달이면 미세플라스틱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업용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줄여야한다. 정부가 친환경 알루미늄 부표를 보급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없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티로폼보다 무겁고 가격이 비싸 어민들이 이용을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 의장은 “스티로폼은 잘 부서지고 금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부식하는 데 500~1000년 걸린다. 부표 교체가 시급하다. 알루미늄 부표가 세 배 정도 비싼데 정부 지원으로 교체를 유도하고 어업방식 또한 알루미늄 부표 사용에 맞게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발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장어 플라스틱 통발을 어선 1척당 약 8만개 사용하는데 이중 5만 개가 유실되고 3만개를 새로 구입한다. 유실된 통발이 쓰레기로 방치되고 그 안에서 물고기가 썩는다. 재앙이 반복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어민과 함께 환경보호활동하며 의식 개선

통영ㆍ거제환경운동연합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보다 발생을 차단하고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어촌계를 통해 어민들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하며 의식개선을 확산하고 있다.

지창욱 의장은 “어촌계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해양쓰레기 수거에 일당을 준대도 나서지 않았는데 지금은 일당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어민들도 잡고 기르던 어업에서, 잡고 기르고 보존하는 어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에는 어민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고 왔는데 이제는 가지고 온다. 교육과 체험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내년에 어촌계와 단체에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으로 10억 원 정도 반영될 예정이다. 조업하지 않는 기간에 어촌 유휴인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통영ㆍ거제환경운동연합은 정책 제안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6월 해수부에 해양쓰레기 취약 해역 관리방안으로 ‘해양쓰레기 수거 등 해양 보전ㆍ관리를 어촌계에 맡겨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을 제안했다. 또한 이미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만큼, 행안부에 ‘플라스틱세’를 목적세로 도입해 해양쓰레기 수거ㆍ처리에 사용하자는 정책도 제안했다.

지창욱 의장은 “국가 어항이나 항만은 해양환경공단(KOEM)이 그나마 관리한다. 그러나 나머지는 지역은 관리가 안 되고 있고 무인도는 더 심하다. 침적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다이버 운용에만 40만 원이 발생한다. 이 부분 또한 해수부에 제안했다”며 “어민들이 폐어구가 어디에 있는지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통영 학생들.

사회적협동조합 만들어 해양쓰레기 수거

사단법인 경남환경연합은 2013년 창립 후 통영에서 활발하게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경남환경연합은 그동안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17일 사회적협동조합 ‘대한민국 해양환경연합(이사장 최수복)’을 설립해 해수부 인가를 받았다. 그리고 올해 처음 통영시로부터 도산면 해안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용역을 수탁했다. 해양환경연합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조직으로 청소년환경단ㆍ주부환경단을 두고 매달 정기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주부환경단으로 80여 명, 청소년환경단으로 학교 5곳에서 월 100~200명이 참여해 실천한다.

6월 22일 현지를 방문했을 때도 조합원과 도산중학교 학생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통영시가 보급한 망에 해양쓰레기를 담아놓으면 시에서 가져가 처리한다.

이렇게 수거하는 해양쓰레기 양은 한 달에 1톤 트럭 10대 분량에 달한다. 해양쓰레기 중 스티로폼만 압축해 나오는 양이 연간 180톤에 달한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최수복 이사장은 “시에서 공공근로자를 고용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안가는 정비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더 많다”며 “그런 곳은 전용 선박을 배치해 수거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안가에 해양쓰레기를 모아두더라도 옮기기 쉽지 않다”며 “해양쓰레기 수거와 운반을 위한 전용선박이 필요하다고 해수부에 제안했고, 해수부가 30억 원을 반영해 조만간 배가 건조돼 나올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통영해양경찰서도 해양쓰레기 수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양환경연합이 수거해 모아둔 해양쓰레기가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운반하기 어려우면 방재선 함정을 투입해 운반을 돕는다.

통영에서 발생하는 굴 폐각이나 멍게 껍질 등 부산물은 연간 15만여 톤에 달한다. 최 이사장은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통영은 굴 양식이 많다. 올해는 굴 값이 싸, 어민들이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다. 심한 곳은 바다 속에 폐각이 높이 1m 이상으로 쌓여있어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며 “굴 폐각은 석회가 함유돼있어 특정 폐기물로 처리해야하는데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무단투기하고 있다. 정비와 더불어 감시와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지창욱 의장과 알루미늄부표.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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