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여성의 몸을 그대로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7월 말 리얼돌 수입과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었고, 이게 언론에 알려지면서 리얼돌 논쟁은 수면위로 올라왔다.

청원자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사실상 허용했다.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그대로 떠서 만든 성인기구로 주문자가 원하는 얼굴로 제작이 가능하다. 한국에선 실제로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인터넷에 유포하는데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이 리얼돌로 만들어진다면 그 피해와 정신적 충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법원 판결과정을 살펴보니, 1심에서는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며 수입통관 보류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고, 지난 6월 대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제 리얼돌과 관련해 ‘인간 존엄성’이 우선인지 ‘개인의 자유’가 먼저인지 답해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여성혐오 표현에 대해 말할 때도, 성노동이나 대리모 산업을 말할 때도, 인간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는 논쟁 지점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게 난무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성을 상품화하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위까지 개인의 욕망이자 자유로 보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리얼돌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국내에서 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업체에서 주문자가 원하는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로 제작해주고, 심지어 특정 부위 원하는 위치에 점까지 넣어주는 맞춤형으로 제작ㆍ판매했다. 리얼돌을 이용해 영상콘텐츠를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 능욕’이 흔하다. 더 나아가 음란물 영상에 합성해 유포하는 ‘딥 페이크 포르노’도 있다. 지금 우리는, 그저 재미로 또는 관심 받고 싶어서,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사회에 살고있다. 리얼돌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이슈에 달리는 저속한 댓글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인간이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환상에서 벗어나, 여성의 몸을 재현해 섹스 도구로 사용하는 리얼돌 현상을 논쟁해야한다. 리얼돌은 왜 대부분 여성인가. 리얼돌의 구매자는 누구인가. 리얼돌로 누가 돈을 버는가. 여성의 몸을 장난감으로 만들고 섹스 도구로 취급하는 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대법원에서 판결났다고 해도 정부는 20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개인 성생활의 자유와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평등한 관계일 때 누릴 수 있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 훼손인지, 개인의 자유인지 우리 서로 질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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