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찬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한 학기 근무하면서 학교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경험했다. 특히 며칠 전 한 선생님의 방문은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교직 경력이 꽤 있는 그 선생님은 한 학기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무시, 학부모들한테서 받은 언어폭력 등, 본인을 힘들게 한 것들을 풀어놓았다. 지금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했다.

나는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그것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해당 학생이 선도 처분을 받게 된다며. 그래서 나는 우울증 진단은 공무상 병가가 가능하니 잠시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학교에나가 아이들 만나고 수업하는 것이 좋다며.

나는 마지막으로 학교 관리자에게 담임 변경을 요청해보라고 했다. 관리자 의지가 중요한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육청 고충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는 게 마지막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 선생님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갔지만, 담임 변경을 요청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 전 교원지위법 시행령 개정안이 예고됐다. 개정안대로 하면 10월부터 교사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학생, 교사에게 성폭력을 가한 학생,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방해한 학생 등에게 강제 전학이나 퇴학 처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이 시행되면 위와 같은 사례는 없어질 수 있을까? 선생님이 아이들을 신고할 수 있을까?

지부에서 일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인격을 침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교사의 인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도 있고, 교육청도 나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매뉴얼은 문서로만 존재할 뿐, 학교는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알았다. 개정한 교원지위법 시행령도 문서로만 존재하게 될까봐 걱정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교사 인격침해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덮어두거나 은폐하는 게 학교 관리자에게 이익이라면 관리자는 최대한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려할 것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도 필요하지만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 상호존중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적극 보호하고 보장하려는 학교 관리자의 노력이다. 이걸 전제하지 않은 수많은 제도와 매뉴얼은 소용없다.

지난 6월 한 선생님이 지부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인즉,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너무 떠들고 제멋대로 해 교실 뒤에 서있으라고 했고, 뒤에서도 아이들에게 말 걸며 수업을 방해하기에 교실 밖에 서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학부모가 학교에 전화해 담임교체를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관리자와 잘 얘기해 학부모의 노여움을 풀어드리고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밖에. 그 선생님은 어떻게 됐을까.

1학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내가 받은 수많은 전화 내용을 생각해본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못쓰게 한다고 방법을 묻는 전화, 연차휴가를 결재해주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전화, 학부모에게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화 등등. 2학기에는 그런 전화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