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을> 모든 후보 표 겨냥한 ‘GM대우 살리기’
키는 미국정부에…“인천경제 위해선 선거 후 논의 더 바람직”

미국정부, 우량법인과 청산법인으로 GM 분리할 듯

GM대우의 모기업인 GM(제너럴모터스)이 결국 파산보호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 언론이 <뉴욕타임스>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GM이 6월 1일까지 파산보호 신청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칠 것을 지시했다.

파산보호 신청 준비 일환으로 오바마 정부의 자동차산업 태스크포스팀(TFT)는 지난주 GM 관계자, 디트로이트와 워싱턴의 자문역 등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 모임에 대해 ‘외과 수술 같은(surgical)’ 신속한 파산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파산보호는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기업파산 관련제도다. 미국 연방 파산법의 챕터 11(Chapter 11)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권자가 채권회수에 나서면 회사가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챕터 11을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회사의 채무이행이 중지되고 채권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위원회와 회사 측이 회생방안을 마련한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의 대표가 경영권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그리고 임원의 경우도 회생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계속해서 남아있는 조건으로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다.

미 재무부의 이번 지시는 GM이 채권단과 280억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출자전환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동차노조와의 의료보험 관련협상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최악의 경우 파산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구상하는 방안은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 정부재원(50억∼70억달러)으로 새로운 법인(소위 굿GM)을 신설해 GM의 우량 자산을 인수토록 해 2주일 뒤 파산보호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GM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브랜드나 공장 등의 부실자산과 의료보조 약정 등의 회사 측 부담은 잔존 법인에 남겨 몇 년간에 걸쳐 청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GM 잔존법인이 공장 청산과 의료보조 약정 등의 남아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700억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채권단과 미 자동차노조와의 난항이 예상된다. 미 정부 구상대로 우량법인과 잔존법인으로 분리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한 채권단 대표의 주요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소송 준비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GM이 파산보호에 들어가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은 GM대우다. 2002년 대우자동차 채권단과 정부는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면서 GM의 4억달러 투자 외에 12억달러에 이르는 은행대출과 상거래채권을 GM에 외상으로 매각했다.

이 12억달러(1조 5840억원)는 2010년까지 이자만 상환토록 돼있고 2011년부터는 5년에 걸쳐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상환토록 돼있다. 정확하게 추정할 순 없지만 12억달러에 대한 연 이자율을 3%로 했을 경우 매년 이자만 3600만달러(약 470억원)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GM대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하나는 매출채권(GM대우가 GM으로부터 받아야 할 수출대금 약 2조 3000억원)이다.

따라서 GM대우의 운명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보다도 GM이 파산보호 신청 후 굿GM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미국정부와 굿GM의 경영진이 2002년 외상 매각대금 12억달러와 매출채권 2조 3000억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미국에서 GM의 파산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굿GM이 채권을 고스란히 안고 갈 수도 있고,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 때처럼 채권을 털고 가거나 일부만 떠안고 갈수도 있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경제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GM대우의 운명은 올 6월에 판가름 나게 돼있는 셈이다.

▲ 2008년 1월 GM대우 부평공장의 전경, 부평1ㆍ2공장에서 생산돼 출고 대기 중인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1962년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시작해 1971년 엔진공장을 준공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으로서 1985년 세계 7번째로 디젤승용차를 생산했다. 한동안 우리에게 친숙했던 자동차 ‘르망’을 1986년 생산했으며, 1993년 아시아 업계 최초로 SO9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한국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부평<을> 선거 쟁점 ‘GM대우 살리기’ 현실성 있나?

GM대우가 인천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4월 29일 치러지는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무소속 등 모든 후보는 ‘GM대우 살리기’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는 이번 선거 슬로건을 ‘부평경제․GM대우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로 정하고 “오랜 경제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GM대우와 부평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재훈 후보가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해 GM대우에 대한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지원을 이끌어내 부평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공천이 확정된 지난 7일 “GM대우 회생방안이 있다”며 “정부 내의 공감대를 형성해 협조를 얻어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후보는 대우차에 몸담았던 경력을 내세워 “이번 선거는 GM대우 임직원과 지역 주민들을 대변해 GM대우를 지켜낼 적임자를 찾는 선거”라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GM대우가 회생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은 ‘고용안정 및 지역 핵심 산업 긴급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부평구를 지역 핵심 산업 긴급지원구역으로 지정, 추가 정책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응호 민주노동당 후보는 “부평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에 중점을 둔 GM대우 회생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주관하고 노ㆍ사ㆍ민ㆍ정이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전략기획단’ 구성”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인천본부와 진보신당 인천시당은 김 후보가 인천의 범 진보진영 단일후보임을 강조하며, 13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에서 “GM대우 협력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자금을 조성하고 GM대우의 투명한 경영구조를 마련한 뒤 이를 전제로 한 산업은행의 지원이 뒤따라야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모든 후보들이 ‘GM대우 살리기’에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 추상적인 구호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평이다.

인천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놓고 볼 때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고, 정치권에서 이를 통해 표를 끌어 모으려 하지만,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표를 의식한 구호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GM대우 운명의 열쇠는 미국 정부가 쥐고 있는 탓에 GM에 대한 파산보호 신청여부가 결정되는 6월이 오기 전에는 사실상 정부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GM대우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나오고 있는 공약들은 각 후보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 표명이며, 이를 통해 표를 얻기 위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GM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여 GM대우가 ‘굿GM’에 포함돼 정부지원이 가시화되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GM대우와 더불어 위기를 겪고 있는 쌍용차자동차의 문제도 있어 정부 지원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번 재선거에서 쟁점으로 부각한 GM대우와 관련한 각 정당들의 공약과 후보들의 ‘GM대우 살리기’는 구체적인 대안이라 보기에는 객관적(미국 정부와 GM 경영진, GM 채권단의 결정이 6월로 돼 있어서)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김송원 처장은 “산업은행이 지원을 하더라도 지원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은 채 GM대우의 위기가 선거에 악용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진정으로 인천경제를 위해서는 오히려 선거 후 각 경제주체들이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GM 파산보호에 따른 유동성 변화와 협력업체 파급효과, 고용안정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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