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진정한 독립은 아직… 죽산 정신 이어 나가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가 죽산 조봉암 서거 60주기에 맞춰 죽산이 남긴 말로 제작한 태극기와 현수막을 시 청사 입구와 외벽에 부착했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

죽산 서거 60주기 태극기

 

태극기로 형상화한 죽산의 글 옆에 ‘독립’이라는 캘리그라퍼 강병인 선생의 글씨가 자리 잡고 있다. 죽산이 이루고자 했던 진정한 독립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하듯 반쪽뿐인 글자가 결연해 보인다.

죽산은 1899년 강화군 선원면에서 태어났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20년 되는 해이고, 이승만 독재정권으로부터 간첩누명을 쓰고 스러진 지 60년 되는 해이다. 죽산은 1919년 인천 역사상 가장 큰 만세운동으로 평가받는 강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배포한 혐의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 뒤 죽산은 일본과 만주, 모스크바와 상하이를 넘나들며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광복 후에는 인천을구(부평ㆍ계양ㆍ서구 일원)에서 제헌 국회의원로 당선돼 헌법을 기초하고, 초대 농림부장관을 맡아 경자유전 원칙의 토지개혁을 이끌며 산업화의 토대를 닦았다.

헌법 제정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기본권 수호를 위해 노력했으며,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서 농지개혁을 이끌며 농민을 보호하고, 지주들에겐 농지구매 채권의 30%만 인정함으로써 자본가 전환을 꾀했고, 진보당 대선주자로 나서 정치생명을 걸고 독재정권에 맞서 평화통일을 외쳤다.

죽산에게 인천은 나고 자란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선생은 제헌의원 선거에서 인천 을구(부평?계양?서구일대)에 출마했다. 부평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정견발표 때 죽산은 “나는 국회에 나가면 남북통일을 위하여 싸울 것이다. 여러분이 남북통일이 좋은 일이라면 나를 지지할 것이요, 그를 원치 않는다면 나를 배격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죽산은 타 후보에 비해 조직?재정적 측면에서 열세였지만, 시민들은 선생이 호소한 진정한 독립, 남북통일의 길을 선택했다.

죽산 조봉암 어록 현수막

시는 죽산 탄생 120주년과 서거 60주기를 맞아 죽산의 삶을 기리고 정신을 이어받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4월 사단법인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와 함께 망우리 묘역과 주변 경관을 재정비했으며, 죽산의 말과 글, 연설을 모은 자료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시는 “인천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죽산 조봉암 선생의 정신을 시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태극기와 현수막을 제작했다”며 “특히, 아직 이루지 못한 진정한 독립을 표현한 강병인 선생의 글씨가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콜라보레이션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시는 또 “우리나라가 평화통일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있고, 최근 일본의 경제적 침해를 딛고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죽산이 뿌린 진정한 독립의 씨앗이 인천시민들의 염원과 만나 싹을 틔우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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