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기 납품받고 수년간 계약서 작성 요청 회피
“소모품 무상제공·24시간 관리 등 부당한 요구해”
채드윅 “업체가 먼저 터무니 없는 가격 제시”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송도에 있는 한 국제학교가 복합기를 임대·납품하는 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드윅 국제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2010년 송도에 설립한 채드윅 국제학교는 초·중·고 교육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지난해 기준 고등교육과정 학비는 연간 약 4160만 원으로 알려졌다. 국어를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며, 값비싼 학비를 자랑하는 만큼 유명 연예인과 재벌가 자녀들이 다니는 '귀족학교'로 알려져 있다.

사무용 복합기 전문회사 A업체는 지난 2010년 12월 채드윅 국제학교에 프린터·복합기 20대를 3년간 임대하고 유지·관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에도 A업체는 학교와 2년 4개월 동안 복합기 3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학교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납품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문제를 질질 끌어왔다. A업체는 학교에 프린터와 복합기를 2012년 17대, 2013년 2대, 2014년·2015년·2018년 각 1대 등 총 22대를 납품했다.

그러나 계약서 작성을 요청할 때마다 업체에게 돌아오는 것은 갑질 횡포였다.

A업체 담당자는 “학교 IT부서 담당자들은 계약서가 없는 약점으로 계속 해지를 요구하고 여러 차례 금액을 마음대로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합기와 프린터 몇 대를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요구에 현재까지 모든 소모품과 부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는 이렇게 끌려다니게 된 이유를 ‘학교가 2018년 1월에 복합기 솔루션(보안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5년 장기계약을 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합기 솔루션 제공을 위해 업체는 학교에 데모 버전을 계속 공급해왔다. A업체 담당자는 “학교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솔루션프로그램의 대금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학교는 업체가 솔루션 프로그램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도 업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지속해서 계약서 작성을 학교에 요청했다. 하지만 계약 합의를 할 때마다 업체와 소통하는 학교 IT담당자들이 매번 교체됐다. 마침내 올해 4월 학교 재무관리자와 합의를 해 업체는 학교와 계약을 맺으려 했지만, 6월 새로 부임한 IT담당자가 업체에 불리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합의는 틀어졌다.

새로운 계약서에는 ▲24시간 연중휴무 서비스 요구 ▲스티커 부착, 문서 작성 등 관련 없는 업무 강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서비스 접수 후 2시간 이내 도착 ▲4시간 이내 미 수리 시 임대료 일부 미지급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던 업체는 결국 7월 9일 학교로부터 업무 종료 통보를 받았다. 학교는 업체에 8월 15일까지 모든 장비를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5일 업체가 기기 점검차 학교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다른 업체 제품이 들어와 있었다.

업체 측은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안을 접수했으며, 인천시교육청 장학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장학사는 “관할 국제학교는 맞지만, 학교와 업체 간 임대계약을 감독·지도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국제학교에는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사건을 접수했지만 “국제학교와 업체 간의 거래관계를 다룰 수는 없다”며 공정거래조정원을 소개해줬다. 업체는 현재 공정거래조정원에 진정을 넣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채드윅 국제학교 관계자는 “애초부터 A업체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요구했다. 또한 업체가 전부 정품 잉크를 공급한다고 말했지만 조사해보니 70% 이상이 리필 잉크를 사용했던 것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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