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과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에 지난 2년간 그저 입 다물고 살았다. 아내로서, 두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오랜 현장경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소중한 일터를 잃고 싶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참았다. 그런데 이렇게 몇 백배 더한 폭력으로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천시 전문임기제 계약직 공무원이 실명으로 시청 인트라넷에 올린 글의 끝부분이다.

이 사람은 임기제 계약직으로 채용돼 5년간 근무했다.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채용 면접에 응시했다. 그동안 그를 지켜본 팀장ㆍ과장들과 동료들은 이변이 없는 한 재임용될 거라고 응원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는 인사부서에 불합격 이유를 물었다. ‘소양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다른 통로로 들은 진짜 이유는 그가 2년 전에 겪은 성추행 사건 때문이었다.

그가 겪은 성추행 사건은, 2017년 4월 그가 몸담고 있던 부서에서 국제행사 유치 건으로 해외출장을 갔을 때 발생했다. 당시 동행한 과장은 그를 성추행했고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이듬해 11월에서야 견책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가해자가 징계를 받았다는 건, 사건이 신고 됐거나 제보됐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 과장이 소청심사를 요청해 소청위원회까지 열렸지만, 그때 피해자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당시 가해자 진술만 들은 징계위원회 간사가 이번 임기제 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받은 꼴이 됐다.

2년 전 성추행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인천시에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대응매뉴얼이 있는지, 궁금하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대응매뉴얼을 갖춰 놓아야하고, 담당자들은 이를 잘 숙지하고 매뉴얼대로 처리해야한다.

지난 5월 발생한 인천문화재단 성희롱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재단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해 가해자에게 정직 2개월을 조치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동료 직원들은 1차 피해보다 더한 2차 피해를 호소하며 2차 가해자 문책을 요구했다. 담당부서 팀장이 피해자들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고 했으며, 피해자가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휴가 중인 동료 컴퓨터(불법동영상 파일)를 열어본 것을 두고 과장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나무랐단다.

먼저 조직을 지켜야겠다는 충실성의 발로인가, 피해자들이 판도라 상자를 열어 조직에 위험을 안겼다는 건가. 이렇게 문제 삼으면 보통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위계’ 권력이 언어 자체에 깃들어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말의 민감성’을 기르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누린다. 그게 문제를 일으킨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에선 대응매뉴얼대로 하는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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