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서울에는 청년수당, 경기에는 청년배당. 수도권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정책이 한 가지쯤 있다. 그러면 같은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을 대표하는 청년정책은 무엇일까.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기본조례 제정 열풍이 불던 시기(2015~16년)에도 인천은 이렇다 할 논의가 없었다. 2018년 1월에서야 국내 광역시ㆍ도 가운데 꼴찌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인천에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인천시는 다른 지역 사례를 가져와 인천청년네트워크를 발족했고 ‘유유기지’를 설립하는 등, 청년정책들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년단체들은 시 주도로 진행한 각종 청년정책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확인했다.

청년들의 직접 참여로 청년의제를 발굴하고 지자체의 청년정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발족한 인천청년네트워크는 운영규정조차 만들어져있지 않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부터 논의해야했다. 특히 인천청년네트워크의 정책 제안 권한은, 제안을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허울뿐이었다.

유유기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은, 얼핏 보면 서울의 청년활동 지원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유유기지라는 공간에 한정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던지,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따라야하는 의무규정을 다양하게 둔다던지, 하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다른 시ㆍ도 청년정책들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청년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제약도 없이, 일자리에 한정하지 않은,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고 시행한다. 시혜적인 관점에서 진행하는 청년정책은 청년들의 삶을 더 이상 나아지게 할 수 없다. 청년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고 보다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한다. 인천이 벤치마킹할 정책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는 ‘청년청’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에게 예산 500억 원 편성 권한을 주고 있다. 다행히 인천에서도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청년청과 유사한 프로세스의 청년참여예산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로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실험을 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인천시도 청년들에게 ‘제안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권한’을 주길 바란다.

청년들의 정책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만큼 다양한 청년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자리에 치중한 정책은 청년들이 다른 꿈을 꿀 수 없게 만든다. 다른 꿈을 시도하는 청년들에게 부여되는 다양한 의무규정은 사회적 지지가 아닌 주고받는 것, 즉 부담으로 느끼게 한다. 앞으로 만들 인천의 청년정책은 일자리를 넘어 청년 주거, 문화, 생활, 복지, 육아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해야한다. 청년에게 도전할 기회, 실패해볼 기회, 숨 돌릴 기회를 줘야한다. 청년들을 정책 무대로 불러내는 게 아니라,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지원해야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청년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회문제가 청년 문제와 맞닿아있고 청년 문제 해결은 사회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인천시가 제정한 청년기본조례의 목적처럼, 인천의 ‘모든 청년’이 ‘모든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 여건을 만들어줄 때 인천은 발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