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의 근본적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으로도 이해가 부족해 무지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뇌전증의 원인에 대해 뚜렷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일부 감염성 경련일 뿐이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원인도 모르고 질병의 종류 분별도 제대로 이뤄내기 어렵기에 가장 흔한 뇌전증 질병명은 ‘상세 불명의 뇌전증’이다.

나는 오랜 시간 한방치료를 이용해 소아 뇌전증을 치료해왔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상세 불명의 뇌전증’이라는 진단서를 가지고 내원했다. 환자들은 이 명칭이 대단히 의미 있는 듯이 자신의 질병 명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 모르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뇌전증은 역학적 조사와 분류도 취약해 질환별로 장기적인 예후가 어떤가에 대해 명확한 분류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적으로 이게 나을 병인지, 아니면 평생 갈 병인지 예후를 분명히 해주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정상과정이다. 그러나 간질성 경련이 언제 멈출지, 나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주지 못한 채 일단 항경련제를 먹이면서 지켜보자는 식이 대부분이다.

원인도 설명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예후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질환에 관한 과학적 근거자료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뇌전증 치료에서는 제한된 정보를 종합해 합리적인 치료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후 연재할 칼럼에서는 뇌전증 치료에 나서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환자들의 합리적인 이해를 돕고자한다.

간질이라 불리던 뇌전증의 합리적 이해를 위해 첫 번째 던져봐야 할 질문은 아주 원초적이며 도발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검토해봐야 할 질문은 ‘반복되는 경련을 강제로 멈춰야만 하나요?’이다. 경련이 반복되는 것을 간질 또는 뇌전증이라고 하는데, 현재 통용되는 치료법은 경련을 억지로라도 멈추게 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돼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한다. 왜 경련을 멈춰야할까.

놀랍게도 현대의학은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일선 의사 대부분도 정확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막연하게 경련은 왠지 멈추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책을 읽었지만 그 이상의 답을 가지고 있는 책을 보진 못했다.

질문이 너무 도전적이면 조금 더 순화한 형태로 질문해보자. 경련을 강제로 멈춰서 생기는 이익은 무엇인가. 경련하는 환자의 건강이 호전되는가? 아니면 경련하는 환자의 보호자가 안심하고 위안하기 위해서인가? 이 질문에 답한 이후 곧바로 다음 질문에 답해야한다. 경련을 강제로 멈추게 할 때 생기는 위험과 손해는 무엇인가.

경련을 강제로 멈출 경우 생기는 이익과 손해를 명백하게 계산해야하고 무엇이 더 합리적인 선택인지 고민해야한다. 이 과정을 무조건 의사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이해 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가 납득 가능할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선택해야한다. 이게 바로 합리적인 대처법을 찾는 과정일 것이다.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칼럼에서 함께할 예정이다. 경련이 주는 위험을 먼저 다뤄야 경련을 강제로 억제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할 주제는 ‘경련이 만들어내는 뇌 손상 유무’에 대한 질문이다. ‘경련을 하면 뇌가 손상되나요? 어떤 경련이 뇌손상 위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다음 번 글에서 살펴보자.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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