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지역 외곽 조용한 주택가에 보석같은 카페 많아
커피·브런치·디저트 등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거리이름 짓고 특징 짓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경계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비가 온다. 늦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눈을 뜨고 대충 세면을 한다. 창밖으로 비 오는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다가 배에서 신호가 온다. 일단 책을 한 권 고르고 편안한 복장에 슬리퍼를 신는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집 앞에는 아주 근사한 카페가 있다. 2년 전 문을 열었는데, 간판도 없고 매장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책을 읽고 동네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비 오는 날 먼 길을 나서는 것은 귀찮고 위험한 일이다. 집 앞에 커피향이 진동하고 조용하며, 먹음직한 브런치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인천 구월동에는 수많은 ‘동네 카페’가 '듬성듬성' 자리 잡고있다. 한두 곳도 아니고 구불구불 골목길을 거닐면 독특한 컨셉의 카페들이 나타난다. 인천문화예술회관 서쪽의 상업 중심지역에서 약간 외곽으로 빠지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한 카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카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주택가 골목길 사이사이에 위치한 근사한 카페를 발견하면 뜻밖의 횡재를 했다는 느낌도 든다.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서 비교적 오래된 가옥들과 조화를 이루고 화려한 간판도 없는 동네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콤비 커피
콤비 커피

 2년 전 이 곳에 처음 카페를 연 ‘콤비커피’(combicofferoasters)는 주도로에서 살짝 벗어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알고 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위치에 있다.

콤비커피를 운영하는 노성규(30) 씨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커피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으로 개업을 했다. 당시 돈은 없고 장사는 해보고 싶어서 임대료가 싼 조용한 동네를 찾다가 구월동으로 왔다고 한다.

노 씨는 “하루에 더도 말고 10만 원만 벌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창고 등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동네도 조용하고 임대료도 비싸지 않아서 작업실로 생각하고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콤비커피가 문을 열고 하나 둘씩 카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콤비커피는 커피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다. 매장은 혼자 운영하고 로스팅도 직접 하기 때문에 원가를 줄였다. 가격대도 아메리카노 커피가 3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카페에 오시는 분은 연령대가 다양한데 20~30대와 40대 이상 분들도 많이 찾는다. 입소문을 탔는지, 이제는 찾아서 오는 분들도 있다.”

콤비커피는 창밖으로 골목길 풍경이 보인다. 카페는 엔틱하고 고풍스럽다. 실내 한편에는 자개장과 편한 소파, 흑백텔레비전, 타자기도 눈에 띈다.

카페 꼬끄
카페 꼬끄

 콤비커피에서 나오면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꼬끄’(coque)가 있다. 임규한(31) 씨는 지난해 구월동에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 원래 판교에서 유명한 마카롱 가게를 운영했었는데, 건강에 무리가 오면서 지점으로 개업한 이곳만 남기고 정리했다고 한다. 현재는 마카롱 판매를 안하고 브런치카페로 변경했다.

메뉴는 커피와 쥬스 등 음료와 파스타, 샌드위치 등을 지중해 스타일로 제공한다. 매장 입구에는 그 흔한 간판도 걸려있지 않다. 유리창에 ‘ㄱㄱㄴ ㄱㄱㅡ’라고 적혀있을 뿐이다. 내부는 흰색으로 칠을 했고, 원목 스타일 가구로 배치를 해놨다. 매장 안쪽에는 편안한 소파와 읽을 책도 몇 권 비치해 놨다. 더 안쪽으로 가면 임 대표의 사무 공간이기도 한 아주 매력있는 방도 있다. 주방은 아일랜드 탁자가 있어 서빙하기 편리하게 했다.

“꼬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부 사람들이 80%에 가깝다. 택시를 타고 재방문하는 단골도 많다. 한번 오면 계속 오는 것 같다. 여기서 장사하는 게 편하고 좋다.”

아카이브 커피스테이션
아카이브 커피스테이션

 커피전문점에서 더 발전한 카페도 있다. ‘카페가 아닌가’라는 느낌이 드는 ‘아카이브 커피스테이션’은 지난해 민병현(34) 씨가 문을 열었다. 동인천 지역에서 직원도 많이 두고 제법 크게 카페를 했다고 한다.

“작은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영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왔다. 우리는 그냥 카페는 아니고 사실 커피 애호가들이 많이 알고서 찾아온다. 교육도 하고 컨설팅도 한다. 또, 우리 집은 커피에 이름을 붙어 있지 않다. 병에 샘플을 담아 냄새를 맡고 선택하면 그 커피를 내려준다.”

“이 곳은 ‘마을’ 같은 느낌이 든다. 가게마다 다들 알고 지내고, 공방도 많다.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커피에 대한 문화 생태계를 인천에 조성하고 싶다.”

구월동 동네 카페는 상업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외곽의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 종류도 커피 전문점뿐 아니라 책·디저트·브런치 등 다양한 컨셉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문화공간으로서 골라서 갈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또, 비교적 외곽이어서 임대료는 저렴하다. 주택가에 있어 무엇보다도 조용한 것이 강점이다. ‘나’만 알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숨겨져 있다는 표현도 적절하다. 화려한 간판도 없고 사람들의 일상에 푹 파묻혀 있는 곳이다. 무심코 지나가다가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숨은 공간이다.

한편, 구월동 카페 거리라는 특정 지역을 일컫는 말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이 맛집 등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성업이 되니까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등 횡포로 가게들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그 공간을 떠나가는 씁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지역의 유·무형적 가치가 건물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무너지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합성어가 유행했지만, 현재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카페 일드
카페 일드

 2년 전부터 카페 일드(Cafe Yield)를 운영하는 이우윤(31) 씨는 “지난해부터 많은 카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 상권은 없었다. 이곳저곳 모이다보이까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면서, “그런데 거리 이름을 짓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위한 홍보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좀 경계해야 할 점”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집 근처 동네에 카페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고 조용한 곳에서 취향에 맞게 커피나 음식 먹는 것은 삶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지역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편하게 와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가면 족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카페 일드의 특징은 계절 시즌별로 디저트 케이크를 제공한다. 여름철에 가면 산딸기·무화과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

 

▲콤비커피(combicofferoasters) l 인천 남동구인주대로522번길 59-10 

https://www.instagram.com/combicoffeeroasters

▲카페 꼬끄(cafe Coque) l 인천 남동구 인주대로522번길 50 

https://www.instagram.com/coque_brunch

▲아카이브커피스테이션(archive coffestation) l 인천 남동구문화서로23번길 43 

https://www.instagram.com/archive_coffeestation

▲카페 일드(Cafe Yield) l 인천 남동구문화서로3번길 18 

https://www.instagram.com/cafey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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