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ㆍ주가조작’으로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가 핵심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 직원과 자회사 임원들이 재판에 출석해 공소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3일 삼성전자 임원들과 삼성바이오 직원 등의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2차 공판 준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이 재판에 출석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부인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서 “영업비밀을 고려해 일부 내용을 삭제한 것은 정당한 부분이 있으며, 금융감독원에서 정확히 어떤 문서를 제출하라는 등의 요청이 없어 관련 자료를 편집해 제출했을 뿐이다”라며 “위조의 고의가 없어 이 부분을 다툴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 양 상무와 이 부장은 직원 수십 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합병’, ‘미전실’ 등 검색어를 넣어 문제 소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료를 삭제하고 회사 가치 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공용 서버 등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물을 공장 바닥 아래에 숨긴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 대리급 직원 안모 씨 또한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백업 서버를 초기화한 혐의에 대해서는 관여한 바가 없고 모른다고 했다.

안 씨 변호인은 “다른 직원이 안 씨와 함께 체포된 상태에서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안 씨에게 책임을 돌린 것에 불과하다”며 “그 외 검찰에서 말하는 기초 사실들도 말단 직원이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과 함께 법정에 출석한 삼성전자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 김 부사장과 박모(54)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은 모두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아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지난해 5월부터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문건 등을 은폐ㆍ조작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았으며, 검찰은 올해 이들을 구속했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母)회사이고 삼성물산(2015년 합병 전엔 제일모직이 지배회사)은 삼성바이오의 지배회사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통한 상장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삼성바이오의 대주주)의 합병이 필요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몸집이 훨씬 커서 삼성바이오의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돼야했다.

2015년 5월 기준 삼성바이오의 지분 구조는 제일모직이 46.3%였고, 제일모직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23.24%를 포함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42.9%였다.

즉, 삼성바이오의 주식이 오르면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삼성이 분식회계로 삼성바이오 주가를 부풀려 불법으로 승계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바이오는 당시 지분 변동이 없는데도 자회사(지분율 94.6%)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지분법(equity method) 투자 적용 관계사로 전환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공정 가치(시장 거래 가격)로 평가해 처리했고, 금융감독원은 이를 분식회계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규모는 약 4조5000억 원이다. 분식회계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은 4600억 원에서 4조8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가치 상승으로 회계상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하며 상장에 유리한 지위를 확보했다.

적자 기업이던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가 상승에 따라 2015년 회계기준 1조9049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를 토대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가 아니라 국제회계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금감원한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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