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부평구 삼산동 고압 송전선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삼산동 주민들은 ‘아파트단지 땅 속에 이미 매설돼있는 15만4000볼트 고압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입주민 건강을 해칠 정도인데 거기다 34만5000볼트 특고압선을 추가로 매설하겠다는 한국전력공사의 계획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기존 고압 송전선로를 땅 깊숙이 매설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주민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는데, 지난 18일 42차 집회를 열었다.

삼산동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이 아파트단지 땅 속에, 그것도 7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깊이로 묻혀 있는 것을 지난해 5월 특고압선 추가 매설 계획이 알려졌을 때에서야 알았다.

주민대책위의 요구로 한전과 공동으로 전자파를 조사한 결과, 그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고압선이 지나는 아파트에서 10년을 거주한 중학생이 악성 림프종(임파선암)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져,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한전은 전자파 차ㆍ폐막을 설치하면 전자파를 지금의 7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주민대책위는 차ㆍ폐막 설치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기존 요구사항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전 간부직원이 주민인 척하면서 주민대책위를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대책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밴드’를 개설해 주민들과 정보와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는데, 한전 직원이 주민인 것처럼 밴드에 들어와 주민대책위 동향 등을 살피고 심지어 여론을 조작하려는 글까지 남겼다.

그 글의 요지는 이랬다. ‘특고압 반대 집회, 현수막 설치 등으로 다수 주민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가 발행하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도 모를 한전과의 무모한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선택해야한다’, ‘주민대책위가 순수하게 지역주민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어려워도 주민들과 함께 끝까지 믿고 따르겠으나, 순수성을 잃어 안타깝다’ 등이다. 주민대책위가 안전 대책 마련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무모하게 싸우는 바람에 집값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주민을 사칭해 사찰한 것도 모자라 여론을 조작하고 주민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한전은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했지만, 개인 일탈행위로 넘길 문제는 아니다. 한전은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공기업이다. 주민 사찰과 여론 조작을 직원 일탈행위로 치부하는 건 공기업이 보여줄 태도는 아니다. 또한 한전은 경영방침에서 인간 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환경, 보건, 안전’ 경영을 적극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게 말뿐이 아니라는 걸 삼산동 고압 송전선 문제 해결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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