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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9> 석남중학교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인천교육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함께, 배움, 성장, 행복. 인천석남중학교가 행복배움학교를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네 가지 핵심 가치다.

해마다 회의를 거쳐 비전과 학교의 목표를 정하는데, 목표는 변경되기도 하지만 이 네 가지 가치만은 교사가 바뀌어도, 교장이 바뀌어도 아직 한 번도 변한 적 없다.

행복배움학교 5년차, 인천의 교육혁신 2.0 시대를 열고 있는 석남중을 찾아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매년 바뀌는 학년 중심 수업

석남중은 매년 2월 학년별 교육과정을 새롭게 정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 교육과정의 이름은 나비(NAVI)다. 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 세상의 주인공으로 키워내는 훨훨 날아가는 나비라는 뜻과 아이들의 삶의 네비게이션(Navigation)을 가질 수 있도록 자율성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올해 나비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1학년 NAVI 1 교육과정은 ‘자존감과 꿈을 키우는 나’라는 비전으로 자존, 도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수업 속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생태 이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과학시간에는 생물의 다양성을, 도덕시간에는 정서·사회적 건강 가꾸기를, 국어시간에는 숲 힐링 에세이 쓰기를, 진로 시간에는 국립생물자원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며 정보시간에는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수학시간에 좌표 평면과 그래프 그리기, 사회시간에는 세계의 다양한 기후에 맞는 마을 디자인하기 등을 배운다.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야 할 학급규칙을 정하고 있다. (사진제공ㆍ석남중학교)

NAVI교육과정은 이런식으로 활동중심 프로젝트들을 수업과 연계해 진행한다. 2학년은 존중과 책임이라는 가치를, 3학년은 소통과 참여라는 가치를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교육과정은 매년 2월, 교사들이 모여 전년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느낀점과 사례를 분석해 매년 새롭게 정한다.

교육과정 구성 방향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요구를 존중하는 창의 공감 교육과정 ▲학생들에게 적합한 미래 핵심 역량을 신장할 수 있는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지식을 창조하고 형성하는 학생 배움 중심 교육과정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으로 모두가 행복한 학교문화를 조성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실천 등으로 매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열띤 토론과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다.

수학여행, 어디로갈까?

올해 2학년은 작년 1학년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며 의견을 모아 결정한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해 1학년이던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2019년 수학여행지를 골라 지역 소개와 프로그램 등을 구성해 게시하고 같은 학년 학생들에게 투표를 받았다.

투표 결과 서울, 강화, 속초, 춘천, 파주, 전주, 경주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속초로 여행지를 확정했다.

지난해 진행한 수학요행지 투표 결과 (사진제공ㆍ석남중학교)

여행지를 결정 한 후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수학여행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수학여행지를 답사하며 구체적인 계획과 장소를 정했다.

위원회는 다른 학교에서도 그렇듯 출발 시간부터 시간배분, 숙식비 등 예산 점검, 숙소와 여행지 등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수학여행지를 결정했는데, 석남중은 이 모든 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는 곧 2학년 NAVI 교육과정과도 연계된다. 2학년 교육과정의 비전은 '존중과 책임으로 성장하는 우리'다. 교육과정과 수학여행을 연계 해 여가시설 이용 시 예절을 배우고 자연을 그리거나 통일의 의미에 대해 공부하는 등 준비과정에서부터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까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세상을 만나다’ 석남영화제

3학년이 되면 조금 더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생기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2015년부터 시작해 5회 째 이어오고 있는 석남영화제다.

석남영화제는 매년 11월, 시험이 끝나고 난 후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정해 포스터나 현수막 제작 등 홍보, 시나리오 쓰기, 촬영, 연기 등 모든 것들을 직접 하며 영화를 만들어 진행한다.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열린 석남영화제 (사진제공ㆍ석남중학교)

물론 이 안에도 교육은 존재한다. 국어시간에는 소외·인권·평화를 주제로 한 시나리오쓰기를, 정보시간에는 촬영과 편집 기술을, 음악 시간에는 영화음악과 음향에 대해서, 영어시간에는 영어 초대장과 포스터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해마다 10여 편의 단편영화가 제작되고, 이 영화들은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된다. 그리고 이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2~3작품은 2월 졸업식과 3월 입학식 등에서 소개된다.

올해 영화제 주제는 ‘세상을 만나다’다. 이는 학생들이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고민한 주제로, 이런 주제를 직접 정하고 참여해 만드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뿐만아니라 3학년 2학기 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중학교 시절 마지막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힘들어도 불구하고”

행복배움학교를 처음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석남중이 해온 혁신교육은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이뤄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수업시수는 동일한데, 거기에 학생 자치 동아리 운영도 해야 하고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어떤 결정 하나 내리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모든 활동들은 기본적인 교사의 역할에 플러스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피로도가 누적되고 추가 노동이 많아진다.

또, 행복배움학교 최고참 학교인 만큼 보고 참고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은데, 다른 학교에 모범을 보여 제시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행복배움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김희원 교사는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곳이 학교고,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교사기 때문에, 힘들어도 불구하고 계속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한 함께, 배움, 성장, 행복 석남중의 이 네 가지 가치는 학교구성원들이 논의해서 결정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김희원 교사가 말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석남중의 핵심가치가 바뀌고 목표가 바뀌더라고 혁신교육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하고 쾌적한 등하굣길 만들기

석남중 후문 등하굣길 개선 전과 후 (사진제공ㆍ석남중학교)

학생들이 최근 이뤄낸 성과는 또 있다. 불법주차와 쓰레기로 미관상 좋지 않고 안전에도 위협을 가하던 등하굣길을 깨끗하게 정비 한 것이다.

1~2학년 학생 10명을 포함해 학부모, 지역사회 활동가, 교사 등 총 20명이 모여 ‘안전하고 쾌적한 등굣길 만들기 프로젝트 추진단’을 구성해 학교구성원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근거로 서구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석남중 후문 인근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있어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악취가 발생하기도 하며 좁은 보행로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차 차량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도 컸다.

추진단은 2017년 12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해 등하굣길 개선을 위해 서구청과 쓰레기 처리업체를 방문하고 해결방안을 건의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여론을 만드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문제해결능력을 키웠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인천시청과 서부여성회관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채택되며  등하굣길 개선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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