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의료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
3. 중앙 시베리아의 핵심 도시 이르쿠츠크의 한국 의료관광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의료관광이 새로운 관광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정부의 의료관광 클러스터 구축 지원 사업에 선정돼 2017년부터 올해까지 국비를 지원 받는 등, 의료관광산업육성을 꾀하고 있다.

국가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원받는다는 것은 인천 경제 활성화에 의료관광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천의 의료관광은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살펴봤다.

러시아 이르쿠츠크는 중앙 시베리아의 거점 도시다. 이르쿠츠크 주의 인구는 약 250만 명이 넘고 주도인 이르쿠츠크 시의 인구는 약 60만 명이다.

전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바이칼 호수를 갖고 있고, 몽골 종단철도와 만주횡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교통과 물류 요충지다. 또,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문화·예술의 중심지기도 해서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과 사업가들이 급격하게 늘며 이에 따른 경제성장도 가파르다.

우리나라와는 직항로가 연결 돼있어 4~5시간이면 갈 수 있으며, 2009년 강원도 강릉시와 자매결연협정을 맺었고 2011년 경상북도와 우호교류협력협정을 맺었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러시아 현지 에이전시인 BK tour와 함께 이르쿠츠크 MHC병원 내에 인천의료관광 상담센터를 열었다.

의료관광상담센터는 의료관광객 상담과 유치, 러시아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 홍보·마케팅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인천의 의료관광산업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의료관광상담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인천의료관광 활성화를 하기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직접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르쿠츠크 국제공항 산하 MHC 병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MHC병원

MHC 병원(Medical Healthcare Center of Co.Ltd. Irkutsk international airport)은 이르쿠츠크 국제공항 산하 병원으로, 12개의 VIP병실을 포함한 112병상 규모의 병원이다.

의사 72명, 의료진 85명 등 총 직원은 245명이며, 2017년 11만 건의 내원이 있었다. 러시아 정부기관이나 의료기관들 간 네트워크도 잘 이뤄지고 있다.

이 병원 안에 인천 의료관광거점센터가 있다. 거점센터는 방 두 개 크기로 상담실과 대기실을 운영하며 인천 의료관광을 안내한다.

거점센터 안에는 인천에 있는 병원인 나사렛국제병원과 나은병원, 부평힘찬병원과, 한길안과병원의 러시아어 팜플렛이 곳곳에 놓여 있다. 

병원에 있는 인천의료관광거점센터에 러시아어로 번역된 인천 병원의 안내 팜플렛이 놓여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러시아에서 치료가 힘든 환자나 의료와 관광을 병행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에게 인천 소재의 병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MHC병원의 일리나 병원장은 “이전에는 이스라엘이나 독일 등 중동·유럽국가로 치료를 받기 위해 많은 환자가 가곤 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는 거리가 멀고 치료비도 상당하기 때문에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중동보다는 아시아로 많은 사람들이 가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나 일본으로도 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일본은 가격이 비싸고 절차도 복잡해서 잘 가지 않는다. 관광이나 뜸, 침을 맞기 위해 중국을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일리나 병원장이 말했던 것처럼 우선 가격에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의료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럽에 비해 치료비가 저렴하다.

여기에 이르쿠츠크와 한국이 가깝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이동 시간이 얼마냐 걸리느냐 하는 부분은 곧 심리적인 거리감과도 이어진다. 거리적으로 가까운데다가 직항로도 연결 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뿐더러 항공료도 비교적 저렴하다.

병원 내 인천 의료관광 상담실

암·디스크 등 중증 질환 많아

러시아의 경우 대부분의 의료가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한국에 비해 의료의 질은 좋지 않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러시아에서 치료가 힘든 중증 질환에 걸렸을 경우 해외 의료를 찾는다.

이르쿠츠크에서 한국을 찾는 환자들은 암 환자와 골반과 무릎, 척추 디스크 등 정형외과 관련 환자가 대부분이다. 

일리나 병원장에 따르면 70%는 암, 30%정도는 정형외과 관련 치료를 받기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에서 치료가 힘든 중증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리나 병원장(왼쪽)과 아나톨리 행정 담당 직원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K-POP이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코리아 뷰티’가 널리 퍼지긴 했지만 러시아인의 피부나 골격이 한국인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몇 명의 환자가 성형수술 등을 이유로 한국을 찾은 적이 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중증 환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도 주변에서 돈을 빌리거나 재산을 매각하고 혹은 친척·친구들이 돈을 모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수술비를 마련해서 한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온다.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관광 겸 건강검진 등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와는 차이가 큰데, 특히 가격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르쿠츠크에서 인천의료관광 에이전시 BK tour를 운영하고 있는 나탈리 김 대표는 “환자들이 한국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비용이다”리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으로 오더라도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르쿠츠크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증 환자들은 한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올 만큼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비뿐만 아니라 물가나 환율 등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의료비가 러시아보다 월등히 비싸다. 나탈리 김 사장은 “비용이 최소 1만 달러 이상 차이 난다”고 말했다.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게 인천으로 더 많은 러시아 환자들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K tour의 인천 의료관광거점센터 사무실과 나탈리 김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코디네이터의 역량

환자들이 지역이나 병원을 고민하는 두 번째 요소는 코디네이터의 역량이다.

먼 타국까지 가서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문화도 다르고 식사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한 설명을 듣고, 어떤 수술을 하게 될지, 그 결과가 어떻게 예상되는지 등 궁금한 것도 많다.

이 때 한국 의사와 환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의료 코디네이터다. 코디네이터는 기본적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통역을 담당하며, 환자의 한국생활을 돕는다.

또, 환자가 수술에 들어갔을 때는 현지에 있는 환자의 가족이나 에이전시에 연락을 해 환자의 상황을 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환자에게는 수술을 제외한 모든 생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코디네이터다. 이 코디네이터가 통역을 잘 못하거나 환자를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수술이 잘 되더라도 환자에게는 한국에서의 치료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우려가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코디네이터의 역량을 키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인천의 의료서비스가 러시아 현지에 더욱 유명해 지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에이전시가 일하기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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