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개인 일탈로 치부해선 안돼, 책임자 처벌 동반해야"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투데이>가 지난 9일 보도한 ‘한국전력공사 직원의 삼산동 특고압 대책위 사찰 의혹’을 한전이 공식 인정했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는 한전의 즉각 사죄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전력공사가 주민 사찰을 시인하며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에 보낸 공문.(자료제공 삼산동 특고압 대책위)

대책위는 17일 성명을 내고 “한전 직원이 대책위 온라인 소통방에서 주민을 사칭해 활동한 것을 인정한 만큼, 한전은 사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부평구 삼산동 A아파트단지 땅 속으로 고압(15만4000볼트) 송전선이 지나가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고압송전선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지난해 5월에서야 알았다. 한전이 특고압(34만5000볼트) 송전선 추가 매설 계획을 밝히자,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책위는 활동 전반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설했고 현재 주민 1000명이 넘게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한전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주민 소통 공간인 ‘밴드’에 주민인척 가상의 이름인 ‘207동 권○○’으로 가입해 8일간 주민 동향을 사찰하고 댓글 등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삼산동 특고압 대책위원회 ‘밴드’에 한전 직원이 주민을 사칭해 활동한 내용.(제공ㆍ대책위) 

한전 직원으로 추정된 사람이 대책위 ‘밴드’에 남긴 글 중 대책위가 공개한 내용은 ‘특고압 반대 집회 (개최)ㆍ현수막 설치 등으로 다수 주민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가 발행하고 있다’, ‘언제 해결될지도 모를 한전과의 무모한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선택해야한다’, ‘순수하게 지역주민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어려워도 주민들과 함께 끝까지 믿고 따르겠으나, 순수성을 잃어 안타깝다’ 등이다.

이를 두고 대책위는 “피해 보상 책임이 마치 대책위에 있는 것처럼 주민을 선동하는 것이며, 여론조작이고 불순한 단체처럼 공작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A아파트 207동에 권○○라는 주민이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본인 신분을 속이고 주민으로 위장해 온라인 소통방에 가입한 것도 모자라 지속적으로 댓글을 달며 활동한 점을 미뤄볼 때 여론 조작으로 주민을 분열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지난 12일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전은 15일 답신에서 “내부 조사로 한전 간부직원이 주민을 사칭해 여론 조작한 사실이 있다”라며 “관련자를 문책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대책위가 요구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내용이 빠졌으며, 개인 일탈 행위로 선 긋기 하는 등, 한전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지난 16일 부평구청에서 한전과 진행한 2차 협상에서도 한전은 사건을 공식 인정은 하면서도, 책임자의 진심어린 사과 요구에는 개인 일탈 행위로 선을 그으며 대책위 요구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한전은 공기업으로 투철한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으로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윤리경영을 약속하고도 주민 사찰과 여론 조작이라는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여론 조작을 시도한 사람은 한전 간부직원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책임자 처벌로 훼손된 한전의 도덕성을 회복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몇 해 전 국정원 댓글 사건이 국정원 조직 존치 여부와 국정 운영 전반에 끼쳤던 영향에 대해 한전은 깊이 고민해야할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적당히 넘기려는 한전의 만행에 분노하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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