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정기공연 취소’ 결정에 호소
단원 “우리 꿈 빼앗지 말아 달라”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 동구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동구청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구청장님’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었다. 오는 19일로 예정한 정기공연을 동구(구청장 허인환)가 지난 8일 취소했기 때문이다.

동구소년소녀합창단 단원들과 관계자들이 동구의 정기공연 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구소년소녀합창단은 송림초등학교 합창단을 모태로 2015년에 창단돼 동구의 각종 행사에서 합창공연과 정기공연을 해왔다. 단원들은 올해 제4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었는데, 동구는 지난 8일 단원들에게 정기공연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동구가 행사를 취소한 이유는 ‘합창단 운영과 관련해 비위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동구는 ‘학생 1인당 3000원가량의 간식비 영수증이 미비하고 공금 약 4만 원을 유용했다’며 이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단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반발했다. 합창단 관계자는 간식비 부정수급 의혹에 대해 “동구청에 증빙자료를 보여줬다”고 했다. 또, 공금 유용 혐의에 대해서는 “전 단무장이 형편이 어려워 공금으로 1만~2만원씩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나중에 메웠다”며 “유용한 공금 규모에 비해 공연 취소 처분은 과하다”고 말했다

간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는 유수연 학생.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유수연 화도진중학교 학생은 “(공연 취소) 문자를 받고 모든 단원이 펑펑 울었다. 시험과 입시 때문에 (연습에) 못 나올 때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합창단은 꿈이다. 우리의 꿈을 빼앗지 말아 달라”며 울먹였다.

동구의 이번 공연 취소를 두고 ‘전임 구청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단원들과 부모들은 기자회견 후 ▲합창단 아이들에게 사과하라 ▲합창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라 ▲전임 구청장과 관련한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구청장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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