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일 3일간 관객 1000여 명 발길 이어져
시·교육청 관계자 참석 등 예년과 달라진 점
"연출자·진행자·관객 함께 공감, 영화제의 힘"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올해 15회 인천여성영화제가 지난 14일 폐막했다.

홍선미 조직위원장은 폐막 선언과 함께 실타래를 던지며 '가로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 12일 ‘가로지르는’ 주제로 개막한 영화제는 3일간 시민 1000여 명이 영화제를 찾는 등 예년보다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세대·침묵·노동·경계를 가로지르는’ 단편섹션 15편과 장편 4편, 그리고 청소년 미혼한부모 워크숍 수료작 2편과 인천여성회 중동구지부 워크숍 수료작 4편 등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해 총 27편이 상영됐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작품은 개막작 ‘핑크 페미’다. 이 영화는 남아름 감독이 여성인권단체 활동가인 엄마와 갈등을 겪는 등 본인의 성장과정을 그린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핑크 페미’는 ‘딸과 엄마’, ‘아들과 아빠’ 등이 동반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제 이벤트로 진행됐다.

류부영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눈물샘을 자극한 영화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단편섹션의 ‘엄마가 60살이 되기 전에’, 그리고 장편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라는 작품이다. 엄마와의 이야기에 관객과 진행자, 그리고 연출자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3일간 진행된 영화제 부수행사에는 인천여성회 회원 김미애씨가 인도 라다크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엽서 100여 장과 인천여성회 후원 양산 100여 개 등이 팔리는 등 십시일반의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청년활동가에게 장미꽃을 선사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4일 폐막식에서 3일 간 영화제 봉사활동을 펼친 청년활동가 10명에게 장미꽃을 전달하는 등 고마움도 전했다.

폐막식은 홍선미 조직위원장이 폐막 선언과 함께 객석으로 실타래를 던지는 등 이번 영화제 주제인 ‘가로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막을 내렸다.

폐막작은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활동을 펼친 미국 연방 대법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 대법관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인천여성영화제 류부영 집행위원장 인터뷰>

류부영 집행위원장

■ 올해 인천여성영화제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 보다 관객 수도 많이 늘었고, 진행자와 참가자들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개·폐막식 모두 객석이 가득 차서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 보통 영화제 기획하면 연인원 1000명 정도 예상한다. 올해에는 예상 인원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셨다. 특히 독립영화나 여성주의 영화 등 해마다 관객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호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감사하다.

■ 준비과정의 어려움과 주안점은?

지금까지 영화제 기획과 진행 등 자원활동가로 운영하다보니까 미숙한 점도 있고 완성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여력의 문제가 좀 아쉽다.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와 <인천투데이>가 공동주최이고 모씨네사회적기업과 인천여성회가 공동주관인데, 보다 만족스러운 영화제를 위해서 전문인력 등을 투입해 집중력을 높이면 보다 발전된 영화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올해 15년차가 됐는데, 안타까운 것은 인천여성영화제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성평등문화 활성화’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공식적으로 인천여성영화제의 전망과 내용에 대해서 소통하고, 조금이나마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천에서 여성영화제가 개최되는 사실을 모르거나 관심이 부족한 면이 있는데, 앞으로도 홍보에 좀 더 비중을 둬야할 것 같다.

■ 지난해와 다른 점은?

관객들도 고정적으로 오는 분들은 계속 오고 처음 오는 분들도 늘고 있다. 특히 공직에서 여성 정책 관계자들이 이전과 달리 많이 찾았다. 올해에는 시에서 토론회 참석도 하고 시·교육청 등 관계자들이 영화제 기간에 많이 오셨다. 영화제를 통해 생산된 이슈 등이 여성정책 입안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개인적인 추천 영화는?

개막작 ‘핑크 폐미’다. 딸과 엄마를 함께 초청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꼭 딸과 엄마가 아니더라도 아들과 아빠 등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여서 좋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위계와 권력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관계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주변에 많이 있는데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봤으면 좋겠다.

■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세대를 가로지르는’ 단편섹션에 있는 김소영 감독의 ‘엄마가 60살이 되기 전에’ 등 엄마와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또, 장편 상영작인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상영할 때 진행자, 연출가, 관객들 모두 울컥했다.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자체의 훌륭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관객과 연출, 진행 등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영화를 통해 감동이 밀려오고 자기 정리가 되고 해소가 되는 등 그런 효과가 있지 않겠나. 또,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개인적으로 혼자서도 볼 수 있지만, 짐작컨대 ‘이런 영화를 공감하는 사람들과 보게 해줘서 연출자에게, 또는 진행자에게 감사한 마음’ 등 영화제가 갖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가 갖는 힘은 무엇인가?

영화는 거의 모든 연출자들이 입을 모으는 것이 ‘어떤 의도로 만든 것이든, 해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관객 몫이다’라는 것이다.

여성주의나 세상의 삶 등이 텍스트나 주의주장(-ism)만이 아닌 문화적인 요소로 표현이 되었을 때 좀 더 유연하게 각자의 위치와 처지에 맞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등 문화의 장이 보다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 앞으로 과제나 목표가 있다면?

영화제는 3일 열리지만, 준비기간은 더 많이 걸린다. 올해 초 사업계획이 나오고 족히 5~6개월이 걸린다.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리고 보다 전문성을 가진 인원이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에는 전문적 인적 구성을 통해 보다 나은 모습으로 소통하고 싶다.

또 재정적 안정이 필요하다. 영화제 3일은 좀 부족한 면이 있다. 하루를 더 해서 내년에는 4일을 했으면 좋겠다. 우선 개인적인 바람이다.

영화제 상영작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영화보다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영화제에 오면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매년 7월 둘째 주에는 ‘인천여성영화제’ 주간이다. 인천시민들이 단 한 편을 보더라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