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서해 해양쓰레기ㆍ연안침식 대안 없나
①인천 앞바다 해양쓰레기 현황

[인천투데이 김갑봉ㆍ류병희 기자]

서해에서 잡은 아귀 입에서 페트병 나와

서해에서 잡은 아귀 입에서 페트병이 나왔다. (사진제공·태안신문)

인천 앞 바다를 비롯한 서해는 중국 발(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령도와 대청도 등 서해 5도는 물론 굴업도와 덕적도 등 덕적군도 해안에까지 중국어가 쓰여 있는 페트병 등 쓰레기가 가득하다.

인천 앞 바다만 그런 게 아니다. 서해의 대표적 양식장인 태안 앞 바다는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고 심지어 잡아 올린 아귀 입에서 페트병이 나왔다.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 대부분은 중국에서 떠내려오거나 서해에서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중국 쓰레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강 수계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연평도와 덕적군도까지 밀려온다.

이 쓰레기들은 바다를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어구를 망가뜨리는 등, 복합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옹진군은 예산 36억 원을 투입해 옹진군 7개 면주민 약 460명에게 해안가 정화 작업을 하게 하는 ‘해양쓰레기 일자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덕분에 주요 관광지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노령인 데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깊숙한 해안가에 쓰레기가 몰려있어, 수거가 쉽지 않고 안전사고 위험에도 노출돼있다. 특히, 무인도는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시가 올해 편성한 해양쓰레기 처리 예산은 69억 원이다. 시는 이 예산으로 해안가 쓰레기나 부유물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치우는 것보다는 쓰레기 발생 요인을 억제하고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최소한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의 경우, 도심 내 우수 처리시설에서 1차적으로 담배꽁초 등 작은 크기의 쓰레기를 한 번 차집하고 중간 하천에서 페트병 정도 크기의 쓰레기를 차집한 뒤, 한강 등에서 대형 쓰레기를 걸러내는 방안이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산품 제조과정에서 폐플라스틱 발생 요인을 억제하는 게 시급한데,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다. 하와이의 경우 지방정부 조례로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친환경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태안 앞바다 해양 쓰레기.(사진제공·태안신문)

중국 쓰레기에 수도권 쓰레기, 관광객 쓰레기까지

인천에서 해양쓰레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섬들이다. 사람이 적게 사는 섬일수록, 무인도일수록 쓰레기는 더 넘쳐난다. 인천 육지에서 가까운 덕적군도에서부터 멀리 서해 5도까지 인천의 모든 섬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수도권에서 밀려온 쓰레기에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거주지 인근 해변에는 해양쓰레기가 비교적 적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가 넘쳐난다. 무인도는 더 심하다.

사승봉도 해안 쓰레기.

일례로 캠핑지로 각광 받는 사승봉도(덕적군도에 포함)는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눈에 봐도 전혀 관리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낚시꾼과 캠핑족이 버리거나 파묻고 간 쓰레기가 널려있으며, 해안가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넘친다.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은 모래 해변이 육지와 만나는 지점이다. 산자락 아래 그늘진 곳에는 부탄가스통과 라면봉지, 맥주캔 등이 널려있다.

또, 산비탈 아래 그늘과 인접한 모래를 파보면 쌈장통ㆍ햇반포장지ㆍ부탄가스통ㆍ석쇠ㆍ맥주캔ㆍ집게ㆍ은박지 등이 무더기로 나온다. 무인도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불법이고 벌금형에 처한다. 안내판이 있지만 소용없다. 단속할 인력이 없으니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기는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도 마찬가지다. 굴업도에는 대여섯 가구가 산다. 최근 비박지로 소개되면서 쓰레기와 인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안가는 수도권에서 흘러온 해양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관광객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옹진군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인도는 어느 정도 관리하지만 무인도는 관리와 단속을 거의 못한다.

백령도 해양 쓰레기.

미세플라스틱 고스란히 사람 몸으로

지난 5월 멸종위기 저어새가 옹진군 연평도 구지도에서 대규모로 번식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겨 눈길을 끌었다.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저어새는 세계에 40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이다.

저어새 약 80%가 인천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된 산란지는 남동유수지 돌섬과 연평도 구지도 등이고, 주된 서식지는 강화갯벌과 송도갯벌 등이다. 연안 개발로 서식 환경이 악화하면서 구지도를 서식지로 삼고 있다.

대청도 해양 쓰레기.

저어새는 갯벌과 논 등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구지도는 연평도에 딸린 무인도로 서식 환경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이 구지도 역시 외부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문제는 구지도 철새들이 이 쓰레기 더미 위에 둥지를 틀고 플라스틱 등이 섞인 쓰레기를 새끼들에게 먹이로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양쓰레기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진다. 해안에 밀려온 각종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어민들이 버린 부자 등이 파랑과 조류에 의해 부딪혀 쪼개지고 잘게 부서진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이 해안가에 누적되고 바다에 떠다니는데, 이를 조류는 물론 해초와 어류가 섭취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산물을 사람들이 먹는다. 인류의 재앙이나 다름없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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