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햇살둥지, 빈집 수리해 반값 전ㆍ월세 임대
부산 햇살둥지, 빈집 수리해 반값 전ㆍ월세 임대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07.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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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⑤부산시 폐·공가 철거와 햇살둥지 사업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인천지역 빈집이 5000채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자치구 8개의 빈집이 5월 27일 기준 총4129채로 조사됐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원도심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행정, 법ㆍ제도적 한계에 의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빈집 활용을 위한 현행 법ㆍ제도와 함께 인천의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빈집 활용 우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빈집 정비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부산 산복도로를 끼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사진출처ㆍ부산관광공사)
부산 산복도로를 끼고 있는 감천문화마을.(사진출처ㆍ부산관광공사)

원도심 노후불량주택 기피 현상 강화
도심 공동화로 빈집정비 필요성 부각

부산 인구는 1950년 47만 명에서 1951년 84만 명으로 급증한다. 한국전쟁 피란민이 집단 정착해서다. 이어서 1970년대 산업 발달과 1980년대 도시 확장을 거치며 도심 외곽지역과 고지대에 주택이 늘어 1995년 인구 389만 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 이후 계속 감소해 현재 347만 명 정도 된다.

2000년대 들어서 빈집 방치 사례가 급증했다. 1980년대부터 아파트로 주거 형태가 변하고 해운대와 명지 등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산복도로(산 중턱에 낸 도로)를 끼고 들어선 판자촌 등 원도심 노후불량주택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빈집이 늘다보니 원도심 공동화 현상과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10년 3월 사상구 덕포동 빈집에서 여중생 납치ㆍ살인사건이 발생해 시민 불안이 가중됐다.

시, 2008년부터 폐·공가 철거 지원
철거 후 3년간 주민 공동시설로 이용

부산시(시장 오거돈)는 방치된 폐가로 인한 안전사고나 주거환경 저해를 막기 위해 2008년부터 폐ㆍ공가 철거를 지원하고 있다. 도심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철거비용을 동당 8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초과비용은 건물주가 부담한다. 지원 조건은 철거 후 3년 이상 공공용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주민 공용 주차장ㆍ쉼터ㆍ텃밭ㆍ녹지 등으로 조성한다.

2015년 3~6월에 조성된 남구 용당동 ‘착한텃밭(200㎡)’이 대표적 사례다. 빈집 두 채를 헐어내고 집터를 텃밭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경작할 수 있게 했다. 수확한 농작물은 이웃들이 나눠 먹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당시 ‘착한텃밭’ 인근에 사는 주민이 “3개월 전만 하더라도 빈집에 버려진 쓰레기와 악취, 벌레들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빈집을 헐어내고 텃밭을 조성하니 동네가 많이 밝아졌다”고 말한 소감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부산시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철거한 폐ㆍ공가는 총2825동이고, 지출한 예산은 238억 원이다. 올해는 예산 9억6000만 원을 편성했다.

청주시도 부산시처럼 폐ㆍ공가 철거 지원 사업을 한다. 다만 청주시는 빈집 철거 후 3년간 공공용지로 사용하는 방식 이외에, 빈집 철거 후 철거비용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청주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부터 철거비용 보조 357동, 주차장 조성 17개소(117면) 등으로 빈집 374동을 정비했다.

청주시는 빈집 철거 보조금 사업으로 처원구 우암동 빈집을 철거하고 임시 공용주차장을 설치했다.
청주시는 빈집 철거 보조금 사업으로 처원구 우암동 빈집을 철거하고 임시 공용주차장을 설치했다.

2012년부터 ‘햇살둥지’ 사업 전개
빈집 리모델링해 반값 전·월세 임대

부산시는 2012년부터 빈집을 리모델링해 경남이나 울산 등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고교생ㆍ대학생)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전ㆍ월세 임대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3년에 ‘정부 3.0’ 우수 사례로 선정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업 대상은 현재 빈집인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아파트 등이다. 단독주택 중 공실이 일부 있는 ‘부분 공가’도 해당한다.

부산시와 건물주가 협약한 뒤 사업을 진행하는데, 공사비의 3분의 2를 동당 1800만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건물주가 공사업체를 선정해 공사한 후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첨부해 시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리모델링한 뒤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3년간 전ㆍ월세 임대하는 게 조건인데,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은 사업비 전액(1800만 원)을 지원 받으면 반값 임대 기간이 5년으로 는다.

리모델링한 후 최초 입주자가 없거나 장기 미입주 상태일 때, 또는 입주자 변동이 생길 때는 일반인도 입주할 수 있다.

부산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총412동을 정비하는 데 예산 68억 원을 사용했다. 올해 예산은 7억3600만 원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 만족하는 사업이지만, 빈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태원 시 도시재생정책과 주무관은 “빈집은 주로 원도심에 있다. 대부분 산비탈 주택밀집지역이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라며 “결국 그 동네에서 전ㆍ월세 살던 사람이 리모델링한 집으로 더 싼 값에 옮기다보니, 그만큼 또 빈집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 빈집활용 도시재생 사업과 비교해볼 만한 지점이다. 서울시는 노후한 원도심 지역 빈집들을 매입해 허물고 신축하거나 증축한 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6년간 임대하는 한편, 청년 거점 공간이나 주민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하고 있다. 올해 빈집 400채 매입을 목표로 예산 2400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정태원 주무관은 “부산은 해안가 산비탈에 빈집이 밀집해있어 정비 사업이 어려운 점이 있고, 재정도 부족하다”라며 “그나마 폐ㆍ공가 철거사업과 햇살둥지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정비기금을 적립해놓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1984년부터 도시계획세(특별ㆍ광역시)의 일정 비율을 정비기금으로 적립하게 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서울시만 적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010년에 이 도시계획세가 폐지되고 다른 세목으로 구세로 전환됐다”며 “현재 부산시에 남아 있는 정비기금은 약 1500억 원이며, 이 정비기금 일부에 일반예산을 더해 매해 빈집 철거ㆍ재생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시 폐ㆍ공가 사업 전ㆍ후 폐가와 ‘착한텃밭’ 모습.(사진제공ㆍ부산시)
산시 폐ㆍ공가 사업 전ㆍ후 폐가와 ‘착한텃밭’ 모습.(사진제공ㆍ부산시)

빈집 실태조사·정비계획수립 용역 중
시민 아이디어 공모 우수작 반영 예정

부산시는 올해 3월 ‘빈집 실태조사ㆍ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한국감정원과 부산도시공사가 맡아 올 12월까지 수행한다. 연구용역비 14억100만 원은 정비기금에서 사용한다. 용역 계약은 시가 체결했지만, 행정업무는 자치구(15개)별로 관장한다. 기장군은 빈집 실태조사만 한다. 정비계획 수립은 농어촌정비법에 의거해 별도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부산에서 상수도를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집은 1만4090호다. 이 집들이 실태조사 대상이다.

정태원 주무관은 “상수도 사용 유무로 추정한 빈집 중에는 미분양이나 미입주 주택도 포함돼있다. 실제 빈집은 5000호 정도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부산시는 ‘빈집 재생 활성화 사업 아이디어 공모’를 2월 27일부터 3월 29일까지 진행했다. 아이디어 42건을 접수했으며, 시 빈집재생지원단(공무원 4명, 유관기관 5명, 시민단체 2명, 학자 2명, 건설업체 2명으로 구성)이 심사해 대상(1), 최우수상(1), 우수상(2)을 선정했다. ▲빈집을 공동작업 공간(메이커 스페이스)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대상 ▲빈집을 무료로 임대하고 임차인이 수리해 사용하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최우수상 ▲빈집을 리모델링해 필요한 기업에 반값 기숙사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와 빈집을 식물원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우수상으로 각각 선정됐다.

시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용역 수행기관은 한국감정원과 부산도시공사에 넘겨 구별 정비계획 수립에 반영하게 했다.

부산시 햇살둥지 사업을 진행한 해운대구 반송동 빈집 내부 수리 전ㆍ후 모습.(사진제공ㆍ부산시)
부산시 햇살둥지 사업을 진행한 해운대구 반송동 빈집 내부 수리 전ㆍ후 모습.(사진제공ㆍ부산시)

‘HOPE with HUG’와
부산문화재단 ‘반딧불이사업’

부산에선 빈집 재생 사례를 더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하는 희망 프로젝트(HOPE with HUG)’다. 사회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인데, 지난해 영도구 봉래동 봉산마을 골목에 있는 빈집(2층, 연면적 40㎡)을 1층은 주민쉼터(봉산마을 다방)로, 2층은 마을게스트하우스로 새롭게 단장했다. 하지만 이 28호 주택으로 프로젝트는 종료됐다. 이 봉산마을 사랑방은 주민들의 의지와 지역사회의 후원이 빈집과 골목을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데서 의미가 깊다. 지역 재단법인이 시공 재원을 후원했고 지역 대학 건축학과 교수가 재능 기부로 설계했다.

부산문화재단은 빈집을 활용해 청년작가 등 문화예술인에게 임대하는 ‘반딧불이 사업’을 하고 있다. 빈집 레지던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빈집 소유자가 사용권을 기부하면 문화재단이 호당 500만 원 이내에서 집을 수리해 문화예술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감천문화마을을 조성하면서 2014~2015년에 마을 내 빈집 6채를 매입해 리모델링해 입주 작가 창작공간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