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영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단장

[인천투데이] “어른들을 믿어서 어떻게 됐어. 민준이가 죽었잖아. 절대로 어른들을 믿어선 안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회통과에 큰 영향을 미쳤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동생 민준이가 계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변호사 정엽이 다빈이에게 사건의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자, 다빈이가 애착 인형인 고릴라에게 혼잣말처럼 했던 얘기다.

다빈이는 극 중에서 학대 사실을 알리려고 경찰관에게, 아동복지기관 사회복지사에게,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경찰관은 법이 그래서, 사회복지사 정엽은 내 출세가 급해서, 학교 선생님은 학대 징후로 보이는 상흔이 있지만 내 일이 바빠서, 이웃들은 남의 집 일이라 신경 쓰기 싫어서, 다빈이와 민준이의 학대 현장을 외면했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고릴라 인형보다 못한 존재, 절대로 믿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이게 영화 속만의 이야기일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이야기를 해보자.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인천지역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2015년 733건, 2016년 1823건, 2017년 2255건이다. 국내 전체적으로는 2001년 4133건, 2015년 1만6651건, 2016년 2만 5878건, 2017년 3만923건으로 매해 증가 추세를 보인다.

피해 아동 연령 분포를 보면, 만13~15세 아동이 22.9%로 가장 많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76.8%로 가장 많다. 학대 행위자 연령 분포는 40대가 44.6%로 가장 많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이 78.5%로 가장 높다.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 동거 비율은 74.5%나 되며, 학대 행위 발생 빈도는 주 1회 이상이 41%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이러한 통계는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들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학대 행위자의 폭력에 노출돼있고, 어쩔 수 없이 학대행위자와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무서운 현실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과 사후관리를 강화해야한다고. 그러나 처벌과 사후관리 강화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중요한 건 사건이 일어난 후 처리와 관리가 아니라 예방이다. 즉, 아동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윗집에서 저녁마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내 아이 반 친구 평소 모습을 보니 보호자로부터 방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 쓰고 살펴볼 일이다.

영화에서 ‘내 아이 내가 어쩌든 당신들이 뭔데 참견 하느냐’는 다빈이 아버지의 말에 우리 모두 ‘당신 아이는 당신만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서 참견해야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제2, 제3의 다빈이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남의 아이, 남의 집 사정이란 말은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어른들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어린 의뢰인의 외침을 뼈아프게 들어야한다.

2015년 1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2015년 12월 11세 여아 가스배관 탈출 사건, 2019년 영아 사망 사건 등, 큰 파문을 일으킨 아동학대 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인천에 올해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될 전망이다.

아동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인천시의 포부에 맞게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인천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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