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세계지도를 펼치고 보면 한반도는 참 자그마한 땅이다. 그 작은 땅덩이에서 겨우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다는 걸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하는 가수들과 영화인들, 스포츠인들 덕에 덩달아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남ㆍ북ㆍ미 정상들이 벌이는 외교에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는다.

얼마 전부터는 도를 넘은 일본의 행태가 우리 국민들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전범을 사죄하기는커녕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빗대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ㆍ관계 인사들이 무역보복입네 하며 몰염치한 언사를 쏟아내는 게 몹시 불쾌하다.

그렇잖아도 올해는 일본제국주의에 맞선 독립선언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해다. 기념행사마다 여러 장르 예술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그 의미를 조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진행할 사업들도 준비 중인데, 인천 공연계에서는 뮤지컬 두 편 제작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 부평에 있었던 군수공장 조병창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조병창’(가제)을 극단 ‘아토’에서, 임시정부를 비롯해 우리의 독립과정을 이끈 백범 김구를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 ‘문지기 김구’를 극단 ‘십년후’에서 하반기 무대에 올린다.

시대적 배경이나 소재가 다르긴 하지만 부평구문화재단이 제작하는 음악극 ‘헛스윙밴드’ 또한 인천과 부평의 70~80년대 대중음악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다.

세 작품 모두 인천의 역사성을 바탕에 둔 창작 콘텐츠여서 주목할 만하다. 지역의 역사적 소재를 공연콘텐츠로 창작하는 작업은, 한편으로는 수월해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껄끄럽기도 한 일이다.

교과서처럼 빤한 가르침을 장황설로 늘어놓거나, 그럴싸한 장면만을 욕심내다가는 사실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다. 역사적 교훈을 강조하다보면 장르 특성에 맞는 대중성이나 창작성을 놓치기 쉽고, 볼거리 중심의 지나친 허구는 자칫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인천의 역사나 인물, 설화 등을 배경으로 창작 콘텐츠를 선보이는 작업을 음악ㆍ무용ㆍ연극ㆍ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시도해왔는데, 앞서 제시한 창작 작업 외에 ‘미추홀’과 ‘소서노’, ‘인천 정명 600주년’ 등을 대표적인 소재로 활용했다. 반면,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과 관련한 역사성 검증보다는 무리하게 인천의 마을이나 산 이름만 차용해 보는 이들을 갸우뚱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

인천의 역사성을 되짚어볼 콘텐츠를 창작하는 일은 자못 의미가 크다. 버거운 일이긴 하지만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서 대중성을 갖춘 콘텐츠를 창작해 시민들과 공유하는 일은 잊혀가거나 새롭게 발굴된, 혹은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 새우는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새롭게 제작한 콘텐츠가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이를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의 거듭된 수정 작업과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지역을 대표할 창작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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