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일상에 스며든 아동 성 상품화의 위협
[시론] 일상에 스며든 아동 성 상품화의 위협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07.15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인천투데이] 롤리타 콤플렉스는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부분의 경우 치열한 논쟁 끝에 콘텐츠 자체는 폐기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콘텐츠가 직간접적으로 롤리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한 아이스크림 광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 있다. 제작사 쪽에서는 단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소녀 입술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섹슈얼리티는 롤리타 콘셉트를 차용한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정말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라 하더라도 그 윤리적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보다 주목해야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이 광고가 대단히 일상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아이스크림 광고는 기존 롤리타 차용 콘텐츠와는 조금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아동 모델의 입술이 클로즈업 된 부분을 제외하면 그런 대로 무난하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도 상당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화장하는 10대 아이가 많고 따라서 광고 안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수롭지 않음’이야말로 가장 문제적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 안에서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게 얼마나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광고 하나를 내리는 일로 끝나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러한 광고를 가능하게 만든 근본적 원인부터 해결해야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다. 지난 수년간 SNS를 필두로 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이 폭증하면서 콘텐츠 생산에 따른 기존 제재 장치는 사실상 무력해졌다. 브레이크도 없이 ‘레드오션’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롤리타 이미지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아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재생산됐다.

그 결과 SNS상에는 퇴행적 젠더감수성에 바탕을 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아동복 전문쇼핑몰에서는 성인처럼 화장하고 포즈를 취한 어린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며, 유튜브에는 아이들에게 성인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고 춤을 추게 부추기는 영상이 넘쳐난다. 이를 통제해야할 법령들이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이 모든 것은 ‘비즈니스’라는 이름 아래 용인돼왔다. 이쯤 되면 아이스크림 광고 제작사가 항변하는 것도 일면 이해는 된다. 그들은 그저 운이 나빴던 것일지도 모른다. SNS를 떠도는 지극히 일상적인, 그래서 평범한 이미지를 재생산했을 뿐이니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롤리타 콘텐츠 자체를 하나의 ‘취향’ 수준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위험이다. 익숙함의 함정은 생각보다 무섭다. 그 자체로 윤리적 판단을 보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롤리타 이미지를 차용한 콘텐츠 역시 이런 식으로 우리 문화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콘텐츠 생산자의 윤리성을 기대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소비자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윤리적인 요구와 소비를 이어가야한다.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분명 학대이며 착취다. 그것을 방관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가해다. 문제제기부터 사과와 처벌까지, 제대로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사회적 관심과 합의는 2차 가해를 벗어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