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제대로된 병원으로”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19년 만에 길병원에 민주노조를 세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가 설립 1주년 기념식을 12일 오후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11층 가천홀에서 진행했다.

가천대길병원은 가천길재단의 이길여 회장이 1958년 설립한 작은 산부인과에서 출발해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60년의 역사를 가천대길병원엔 40년 동안 직원들이 직접 설립한 노조가 없었다. 그러다, 1999년 8월 노조 결성을 결의한 직원들이 관할 구에 설립 신고서를 냈다. 그러나 구는 10년 전인 1988년 8월 이미 노조가 설립됐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노조 결성에 함께 한 직원들은 병원과 투쟁을 벌였지만, 병원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활동 방해로 결국 설립은 좌절됐다. 이런 역사 속에서 민주노조가 19년 만에 설립되고 역사 적인 1주년 기념식도 하게 된 것이다.

12일 오후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11층 가천홀에서 진행한 설립 1주년 기념식에서 강수진 지부장이 여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1999년 노조 결성에도 함께했던 강수진 지부장은 기념식에서 여는 인사말을 통해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강 지부장은 “노조 설립 후 1년을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며 “길병원이 설립된 지 60년이 됐고 우리는 60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부당한 부서 이동과 노조 탈퇴 종용, 부서에서 투명인간 취급, 승진 누락 등 부당한 행위들을 견디며 굳건하게 노조를 지켰다”며 “지난해 12월 파업을 진행할 때 ‘길병원이 바뀌어야 한다’며 불평없이 인내해준 환자들과 함께 연대해준 노동·시민단체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만 해도 병원측과 교섭을 할 때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던 관계자들이 얼마 전 교섭에선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랐다”며 “아직 교섭다운 교섭은 못했지만, 60년을 기다려온 만큼 조합원들과 함께 헤쳐나가 제대로된 병원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인천시민들은 길병원이 투명하고 깨끗하게 거듭나야한다고 바라고 있다”며 “노조의 활동이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기에 시민들을 대표해서 병원의 변화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승조 인천지역연대 상임대표는 “길병원의 점점 늘어나는 건물을 볼 때마다 노동자들에게 가야할 돈이 다 병원과 이길여 회장에게 간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길병원 노동자들이 온전하게 대접을 받게 되는 날이 오면 이 자리에선 큰 절을 올리고 싶다”고 축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노조 조합원들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자교육기관, 인천평화복지연대, 금속노조 인천본부, 정의당 인천시당 등 인천지역 노동·시민단체·정당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가해 노조 설립 1주년을 축하했다.

행사는 강 지부장의 여는 인사말, 내·외빈 축사, 설립 1주년 경과 영상 상영, 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본부 전임자 노래패 ‘어쩌다 한번’의 축하 공연, 길병원 노조 간부와 대의원들의 노래·율동 공연, 조합원 모범상 시상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7월 20일 설립된 노조는 10일 만에 가입 조합원이 1050명을 넘겨 기존 노조를 제치고 길병원의 제1노조가 됐고, 같은해 12월 19일에는 병원 설립 60년 만에 노조 활동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 충원, 적정 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14일 만에 병원이 단체협약에 합의하며 파업은 종료했지만, 병원측의 계속된 단체협약 위반 행위와 노조 탄압으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길병원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간부공무원에 뇌물 제공, 갑질 경영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 파업,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전공의 사망, 수억원의 임금체불 적발, 환자 진료비 환급금을 가로채는 등 횡령 의혹으로 경찰에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 등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며 지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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